한나라당 선진화 토론회에서 쏟아진 쓴소리들

"독한 말씀" 주문하던 의원들 하나둘씩 자리 떠

등록 2004.10.26 19:36수정 2004.10.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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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선진화 추진위원회는 26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국민대토론회를 열고 당선진화 방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
한나라당 선진화 추진위원회는 26일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국민대토론회를 열고 당선진화 방안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들었다.이종호

한나라당이 26일 오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개최한 '국민과 함께 하는 선진정당 어떻게 만들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참가자들의 '주제에서 벗어난'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 토론회는 한나라당 선진화추진위원회가 마련한 첫번째 토론회. 애초 이날 한나라당이 잡은 주제는 '지구당 폐지 이후의 정당구조 및 운영방식'과 '당명 개정논의와 당의 이미지 쇄신 방안'이었다.

그러나 토론자들은 한나라당이 정한 주제에 개의치 않고 "비전은 제시하지 않고 '반노 정서'에 의존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첫 토론이 적절하지 않다"며 "무엇을 고민할 지에 대한 고민조차 부족하다"며 이날 주제 선정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살려달라, 변하겠다'더니 아직도 '반대정당'"

이날 함승희 전 국회의원은 "지구당 폐지가 안 되어 선진화가 안 됐냐, 당명 개정이 선진화의 문제냐"며 "근본의 문제를 따지는 줄 알고 왔는데 주제가 너무 엉뚱해 드릴 말씀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함 의원은 "앉은 김에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노무현 정부의 실패가 반사적 이익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만, 스스로 정책정당으로 선진화되지 않으면 이익이 오지 않는다"며 강도높은 혁신을 주문한 뒤 토론회장을 나섰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영남 중심의 보수 유권자층이 두껍지만 거기까지가 끌어올 수 있는 표의 최대치이고 '마의 35% 벽'을 넘지 못했다"며 "한나라당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못했는데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김 사무처장은 "한나라당은 4대 개혁법안이나 신행정수도 등 반대만 하는 '반대정당'이었고, 보수적 관점에서 비전을 내놓은 게 있냐"며 "예전에는 반 DJ 정서에 의존해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더니 지금은 반노 정서에 의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희 여성민우회 대표는 "박근혜 대표가 지난 총선에서 절절히 울면서 '살려달라, 변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했더니 17대 국회 개원 후 5개월이 지나도록 얼마나 변했냐"고 추궁했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 선진화의 최대 걸림돌로 '해방 이후 벗어나지 못한 냉전적 사고'를 꼽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한나라당의 전유물로 생각해 좌우를 나눠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한기 <오마이뉴스> 정치부장은 "한나라당이 정수리에 침을 놓아달라고 요구하셨는데, 그 침은 국민과 네티즌 손에 있고 이미 많이 찔렀는데 느끼지 못한 것"이라며 "한나라당도 이러한 네티즌과의 소통부재를 잘 알고 있지만 변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하광륭 변호사는 이날 토론자 중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을 변호하고 나섰다. 하 변호사는 "한나라당이 반대를 위한 반대만 했다고 하는데, 이라크 파병이나 FTA 협상에서는 표를 깎아먹으면서까지 (당론대로) 강행했다"고 반론을 폈다.

또한 하 변호사는 "냉전적 사고가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엔 냉전적 상황이 실제로 존속한다"며 "'보수'와 '진보'가 아니라 '합리주의자'와 '환상주의자'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북한에 대해 '인간인데 대화가 되겠지'라는 '비합리적 환상'을 가진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승희 민주당 전의원은 "근본의 문제를 따지는 줄 알고 왔는데 주제가 너무 엉뚱해 드릴 말씀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함승희 민주당 전의원은 "근본의 문제를 따지는 줄 알고 왔는데 주제가 너무 엉뚱해 드릴 말씀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당 지지자 "듣기 싫은 소리, 열린우리당 가서 해라"

이날 토론회에서 강도높은 비판이 계속되자 밝은 표정으로 방청석에 앉아있던 박근혜 대표, 김형오 사무총장, 전여옥 대변인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패널들의 잇따른 쓴소리에 표정이 굳어졌고, 토론회가 시작한지 30분이 지나자 하나둘씩 토론회장을 빠져나갔다.

일반 지지자 및 당원 방청객들의 반응은 더 노골적이었다.

한 방청객은 시민단체 쪽의 토론이 끝나자마자 "깨어나라고 비전을 제시해야지, 끌고 구렁창에 집어넣으면 듣기 좋겠냐"며 "두 사람(시민단체 쪽 패널인 김상희 대표와 김기식 사무처장)은 열우당(열린우리당)에 가서 토론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방청객은 하광륭 변호사의 한나라당 비호 발언에는 박수를 치거나 "맞습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반응에 토론자로 나선 서현진 성신여대 교수는 "쓴소리를 듣겠다더니 막상 쓴소리하니까 다들 나가서 실망이 크다"며 "이것이 한나라당의 현실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상희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한나라당의 전유물로 생각해 좌우를 나눠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상희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한나라당의 전유물로 생각해 좌우를 나눠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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