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절반 가까이 SP2에 부정적

PC사랑 설문 조사 24%만이 ‘만족’

등록 2004.10.27 14:29수정 2004.10.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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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XP 서비스 팩(SP)2를 배포한 지 두 달이 흘렀다. 인터넷 업체들의 반발로 진통을 겪긴 했지만 9월29일 자동 업데이트 서비스는 마침내 시동을 걸었다. MS는 CD나 인터넷으로 국내에서만 330만명(10월15일 기준)이 SP2를 쓰고 있다면서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이용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 만족한다”고 털어놨다. 적어도 평균 점수는 되지 않느냐는 얘기다.

부정적 의견 더 높아

그러나 네티즌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월간 ‘PC사랑’이 홈페이지(www.ilovepc.co.kr)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20% 정도만이 SP2에 만족한다고 답했다(10월 27일 기준). 433명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SP2를 쓰고 있고, 만족한다’(24.5%)는 응답은 ‘쓰고 있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견(19.4%)보다 많았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쓰지 않는다’(17.3%)를 더하면 부정적인 의견이 36.7%로 오히려 더 높다. 여기에 ‘당분간 쓰지 않을 것’(11.1%)이라는 응답을 합치면 47%로 절반 가까운 이들이 SP2에 부정적이었다. 나머지 27.7%는 ‘시간이 지난 뒤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쓸지 말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MS가 내세우는 ‘보안 강화’가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유는 무엇일까? SP2 업데이트 서비스를 앞두고 벌인 인터넷 업체와의 신경전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한 원인이다. 인터넷 업체들은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SP2가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반발했고 이것이 네티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일부에 해당한다. 네티즌들이 정작 문제 삼는 것은 MS와 업체들 간의 신경전에서 불거진 정체 모를 불안감이 아니라 몸소 겪은 불편함이다.

투표에 참가한 ID segea16은 “안정화되긴 했지만 부팅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전체적으로 속도가 많이 떨어졌다”며 부정적인 응답에 표를 던졌다. kmany도 “호환성에 문제가 있어 완벽한 패치가 되면 그때 쓸 예정”이라고 밝혔고 raha1114는 “아직까지는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인터넷 속도도 느려진다”면서 지금 당장 쓰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물론 만족스러워하는 이들도 있다. juhongp는 “지긋지긋한 팝업 창이 사라져서 속도가 오히려 빨라졌다”고 좋아했고 leonefr은 “입맛에 맞게 세팅하면 큰 문제없다. 팝업 창을 차단하고 짜증나는 액티브X 설치까지 막아주므로 편하게 쓰고 있다”면서 한껏 치켜세웠지만 긍정적인 글은 부정적인 의견에 밀리는 분위기였다.


“시간이 흐르면 오해 풀릴 것”

9월29일 SP2 업데이트 서비스가 시작된 뒤 MS 서비스 센터에는 SP2와 관련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MS가 지난 달 초 밝힌 내용에 따르면, 전체 문의 중 프로그램 설치 장애는 95건, 프로그램 충돌은 247건, 서비스 제한은 176건, 기타는 2481건이다. 하지만 MS는 “정통부가 마련한 기준에 맞추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것처럼 비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좀 싱겁다”고 해명했다.


MS의 홍성학 차장은 “설치장애에 해당되는 문의 대부분은 초보자들이 SP를 어떻게 까는지를 묻는 것이고, 프로그램 충돌은 방화벽 기능과 관련된 일부 소프트웨어의 기능 장애여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제한은 SP2가 차단한 팝업 창에 관한 것이며, 기타 접수 사항은 SP2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 요청이 대부분”이라면서 “구체적이면서 심각한 오류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물론 소비자들이 몰라서, 또는 자기 실수로 불편함을 겪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석연찮은 사례도 있다. SP2를 설치한 뒤 PC가 먹통이 되었다거나, 속도가 느려졌다거나, 불안해졌다는 불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MS는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PC마다 상태가 달라 그런 현상이 생길 수 있지만 이는 SP2의 오류라기보다 시스템 문제”라고 밝힐 뿐이다.

MS 주장대로 이런 사례가 ‘극소수’에 불과하더라도 일단 인터넷에 불만 사항이 올라오면 SP2에 회의적인 의견들이 합세하면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진다. MS는 “에러와 오해가 뒤섞이면서 뭔가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풀려지는데,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수밖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시간이 약’은 아니다. SP2가 ‘안전한 인터넷’을 만드는 열쇠라고 주장해온 MS로서는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SP2에 대한 문제가 이용자의 실수에서 빚어졌다면 해결법을 정리해서 공개하고, 실제로 피해를 본 사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원인 파악에 힘쓰고, 인터넷 업체들과의 협력에도 적극 대처해 둘 다 '윈윈’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SP2에 대한 지루한 논쟁이 더 이상 이어지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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