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사찰요리, 모듬 버섯탕정혜자
봄이 채 시작되기도 전인데도 엄마는 내게 채근을 한다. "아야, 비가 왔응께, 고사리가 고개를 내일었을 것인디야." 이런 말 떨어지면 싫으나 좋으나 엄마를 따라 고사리를 캐러 가야 한다. 내가 캐러 갈 때까지 엄마는 전화 걸어서 귀찮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연신 툴툴거린다. "엄마가 음식점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사리를 뜯어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온 산의 고사리를 다 못 뜯어서 난리야?" 모내기철이면 우렁이를 잡는다고 한밤중에 농로의 보에서 랜턴을 들고 헤맸고, 가을 산에 소담스럽게 핀 조선 국화까지 다 엄마의 차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