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역 레일 위에 떨어진 '하얀 국화송이'

장애인이동권연대, 시각장애인 부천역 참사 규탄대회 열어

등록 2004.11.02 16:27수정 2004.11.0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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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온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는 2일 지난달 30일 부천역에서 사망한 시각장애인 김아무개(30·남)씨를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대회를 열었다.

시각장애인 김아무개씨는 지난 달 30일 오전 10시 18분 부천역에서 점자 블럭을 찾던 중 방향을 잃고 철로에 떨어져 사망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02년 5월 14일 송내역에서 정영섭(시각장애인)씨가 추락사한 지 2년만에 일어난 사건으로 장애인들은 물론 비장애인들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장애인이동권쟁취를위한연대회의는 2일 오후 2시 부천역 승강장 안에서 장애인 1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각장애인 부천역 추락 참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관계 당국을 성토했다.

이 날 규탄대회에는 장애인이동권연대 소속단체를 비롯해 대한안마사협회 인천지부, (사)한국시각장애인복지협회 부천지회, 민주노동당, 민중연대, 민주노총, 6·15실천단, 송내역 장애인참사 대책위원회가 참석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는 경과보고에서 "지난 송내역 참사 당시 장애인단체는 스크린도어 설치, 장애인 전담 요원 배치를 요구했다"며 "그러나 또 다시 부천역에서 시각장애인이 추락사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아직까지 사망한 김 아무개씨의 부모님은 자식의 죽음을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점자 블럭이 지하철이 서는 바로 옆에 위치해 위험하다"며 "정부와 관계당국은 모든 책임을 장애 당사자에게 돌리며 책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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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온

이 날 규탄대회에는 시각장애인이면서 한나라당 국회의원인 정화원 의원도 참석했다.


정 의원은 "헌법에 인간존엄성이나 행복추구권이 명시돼 있으나 장애인에게는 안 죽을 권리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과연 우리나라가 지하철이 있는 나라인지, 이런 참사가 있는 나라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 의원은 또 "선진국의 경우 장애 책임을 정부나 사회가 진다. 장애인에게 안전하면 비장애인에게는 더욱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밖에 민주노동당 이영희 최고위원은 "장애인이 이동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으며, 김동선 송내역 장애인참사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의 개선 노력이 없을 경우 이 같은 참사가 다음에 어디서 또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영희 공동대표는 '또 떨어져 죽었다. 계속 장애인을 죽일 것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규탄대회 마지막에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김 아무개씨를 추모하기 위해 준비한 하얀 국화송이를 참사 장소인 레일 위에 헌화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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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온

한편 이들은 규탄대회 이후 부천역사 안으로 자리를 옮겨 팽정광 철도청 서울지역본부장을 면담했다.

면담 자리에서 박경석 공동대표는 점자 블럭이 안전선과 일치해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하며 참사 책임을 추궁했으나 팽정광 본부장은 유감 표명 외에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부 참석자들은 "본부장이 직접 눈을 감고 타봐라. 바로 떨어져 죽는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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