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회색햄릿 8

일반이 아닌 이반을 꿈꾸는 사람들

등록 2004.11.03 14:02수정 2004.11.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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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는 3대 독자다.

위로는 누님이 셋, 그리고 밑으로는 누이가 둘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도 다분히 여성적이었다.


할머니는 혹시라도 대가 끊길까봐 아버지가 열여덟도 안돼 장가를 들였다. 다른 것 안보고 아들 잘 낳게 생긴 상이라 하여 들인 나의 어머니는 딸만 내리 다섯을 낳았다. 아무래도 아들을 못낳겠다 싶어 내치려는데 다시 임신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번에도 아들을 못나면 순순이 물러 나겠다고 약속하고 한번만 참아달라 사정했단다. 어머니는 아들을 낳게 해달라고 무거운 몸을 아랑곳 않고 명산대찰을 찾아 정성껏 불공을 들였단다.

어머니의 목숨을 건 기도 덕분이었을까. 내가 고추를 달고 태어난 것이었다. 어머니는 이번에도 딸이었으면 솔직히 엎어놓으려고 했단다.

만약 고추 없이 태어났다면 나는 태어나자마자 이 세상을 하직해야만 했을 것이고, 어머니는 꼼짝없이 쫓겨날 운명이었다. 어떤 의미에서 나의 고추가 나의 생명을 구원하고 어머니의 입지까지도 확고하게 다져준 셈이었다.

그러나 내가 진성반음양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을 집안 식구 중 누구 하나라도 알았다면 남자로 키울 수도 있었을 텐데. 우세한 성선(性腺)이 남자였다면 말이다.


나는 온 집안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랐다. 특히 할머니의 사랑은 유별나서 당신 돌아가시기 전까지는 그 분 치마폭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누나들 속에서 그들이 즐겨하던 인형놀이며 소꿉장난, 공기놀이, 발치기 심지어 고무줄과 뜨게질 등을 하면서 성장했다.

중학교 들어서면서 내가 너무 여성적으로 자라는 것이 아닌가 걱정되셨던지 뒤늦게 아버지께서 어떻게 해볼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때를 놓쳤다. 나의 몸이 여성쪽으로 거의 기울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늘 아이들의 놀림감이었다. 생긴 것도 곱상하니 계집애같은 데다 목소리까지 가늘어 '계집애'라는 별명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그것이 그때는 얼마나 큰 상처로 작용했는지 그냥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울어버리기 일쑤였고, 한동안은 학교에 안 가겠다고 생떼거리를 쓰기도 했다.

비정상적인 내가 얼마나 혐오스러웠는지 나 자신을 학대했고 날 낳아주신 부모님이 한없이 원망스러웠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내가 동성애자일지도 모른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더욱 괴롭혔다. 특히 도덕 선생님이 지나가는 말로 동성애는 죄악이니 변태니 성도착증이니 호르몬 분비가 잘못됐느니 할 때마다 솔직히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의 성격은 점점 폐쇄적이 되어 대인공포 증세도 보였다. 거의 병적일 정도로 발전하던 나의 자폐 경향이 그나마 고교 때 진이를 만나 어느 정도 누그러졌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고2 때 성인수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나에 대해 처음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성인수 선생님은 생물 선생님으로 수업시간에 재미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자주 얘기해 주셨다. 그리고 순결, 동정, 월경, 몽정, 자위행위, 동성연애 등 성에 관한 다방면의 이야기를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한마디로 파격적인 성교육이었다.

아이들이 왜 장가를 안가느냐고 물으면 첫사랑의 여인을 못잊어서 여지껏 혼자산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은 동성연애자로 은밀히 낙원동이나 이태원을 출입하고 있었다.

고2 때 5월 쯤으로 기억된다. 상욱이가 고민고민하다 나에게 털어놓는다며 얘기를 꺼냈다.

학교를 파하고 집에 지름길로 온다고 당골 모퉁이를 돌아오는데 한 남자가 산쪽을 바라보며 서 있대. 애써 외면하며 지나치려는데 그 사람이 나를 불러 세우는거야. 평범한 얼굴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눈을 아래로 내려보니 그 사람의 성기가 밖에 나와 있는거 있지.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데. 그도 내가 겁을 먹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니 안심하라고 말하면서 따라 오래.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 무서움에 질려 나는 그 사람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갔지.

그는 자기의 성기를 내 앞에 드러내며 입으로 자위를 요구했어. 그의 성기는 보통 사람들 것보다 훨씬 큰 거 같았고 두 군데 정도 흉터가 있었어.

내가 계속 얼어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자기가 시범을 보이겠다며 갑자기 나를 눕히고는 바지를 벗기더니 나의 고추를 빨기 시작하더라구.

나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지. 그런데도 그의 능란한 입놀림 때문인지 마음과는 달리 나의 고추는 발기되더라구. 싸래. 아랫도리는 자꾸 아파오고 사정하지 않으면 금방 끝날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사정해 버렸어.

그랬더니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나의 정액을 꿀꺽 삼키더라고. 얼마나 역겹던지. 그러더니 똑같이 자기한테 해달라는 거야. 나는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의 성기를 입에 넣었지. 그러자 얼마 후 그가 내 입에 사정을 하더라구. 더 이상은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웩웩 뱉어버리고는 그대로 달려 도망왔지. 속에 있는 것을 다 토해냈는데도 3일동안 아무 것도 못먹은 거 있지.

그런데 그 일이 있은 후부터 아랫도리가 자꾸 가렵고 아파오는거야


<9회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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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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