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근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어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세상이 한 몸이 되어 아름답게 하늘을 물들인다. 헝클어진 생각의 뿌리까지 석양에 물들어 한 조각 붉음이 될 수 있는 시간… 노을이 지는 말리부 해변은, 그렇게 그렇게, 아늑한 밤을 약속했다.
숙소로 돌아와 책을 읽었다. 이즈막한 밤에 홀로 떨어져 있으니, 가장 만만한 것이 책이다. 책을 읽은 지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출렁이는 촛불너머 보이는 검은 창문, 그곳에 서늘한 푸름이 한 점 돋아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