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 경내의 만해 한용운 스님의 흉상박도
백담사, 하면 근대 고승이자 독립운동가요, <님의 침묵>의 시인 만해 한용운님이 머물며 <불교유신론>을 집필하였던 절이다.
지금도 이 절 곳곳에는 만해 한용운님의 흉상, 시비, 만해기념관, 만해교육관 등 만해의 체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런데 만해 선생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곳 화엄실에 머물고 간 흔적을 백담사 측에서는 기념 삼아 마련해 두고 있다.
두 평 되는 좁은 방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가 거처하면서 썼던 이불, 옷걸이, 거울, 촛대, 옷, 목욕했던 플라스틱 대야 등 초라한 살림살이들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그리고 방문 앞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기거하던 곳입니다"라는 팻말이 있다.
만해의 얼을 자랑하는 백담사에서 만해 스님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이해가 되지 않다가도, 모든 중생을 껴안은 분이 부처이기에 속 좁은 나그네는 한참 뒤에야 이해가 되었다.
'인생무상', '권불십년'이라고 하더니, 대궐 같은 청와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이가 이곳 저 좁은 방에서 지낼 때 그 심정을 누가 헤아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