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하는 인사들이 '거짓말 시장' 탄원"

▲**지난 10월11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안상수 시장.**권우성

"이름 값도 못하는 한심한 지역인사들이 검찰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5일 인천지역의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가는 인천연대'(상임대표 신현수)가 발표한 성명 내용 중 일부이다. 인천연대가 지칭한 '한심한 지역인사'들은 인천지역 대학 총장 및 학장과 경제단체장들이다.

이들은 지난 4일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 사건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안상수 인천시장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집단 서명하고, 이를 인천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안 시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단체장은 인천대·인하대·경인교대·가천길대 총장 등 학계 인사와 인천상공회의소·인천경총 회장 등 경제계 인사, YMCA·새마을운동인천지부 회장 등 시민사회단체장, 미디어인천 등을 비롯한 인천지역 각급 단체장 1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의 내용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안 시장이 클린신고센터에 자진신고한 점에 비춰 그의 도덕성이 고려돼야 하고,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인천지역 기업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조속히 종결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가 주요 골자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천연대 "참으로 이름값 못하는 지역인사들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상임대표 신현수)는 성명을 통해 "굴비상자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고 검찰에 압력행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천시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이하 인천연대)는 이와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보도자료를 내고 "일부 지역인사들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는 인천시민과 국민들의 뜻을 왜곡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에 대한 노골적인 압력"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인천연대는 이어 "인천시민과 국민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충격과 분노를 넘어 냉소를 보내고 있다"며 "더구나 안상수 시장의 말 바꾸기와 거짓말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잊고 있는 가운데 소위 지역의 지도급 인사들이 한다는 짓이 탄원서 제출이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난했다.

덧붙여 인천연대는 탄원서에 서명한 지역인사들의 해명과 사과와 함께 대학 총장들의 사임을 요구했다. 그리고 인천연대는 요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명자의 소속기관 앞에서 퍼포먼스 등을 통해 강력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금석 인천연대 사무국장은 "안 시장이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 기소도 되지 않고 재판도 회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인사들이 탄원서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무엇을 선처해 달라는 말인지,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안 시장의 명백한 범죄에 대해 아예 없던 일로 해 달라는 말인지, 지역인사들의 행동은 시민들의 요구와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참고자료 일뿐, 사건 결론 내리는데 큰 의미 없다"

박철준 인천지검 1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안 시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사건과 관련된 진정서(탄원서)가 민원실에 접수된 것으로 안다"며 "진정서의 내용은 아직 못봤지만 사건 해결에 중요한 증거자료도 아니고 (사건 관련) 기록에 첨부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차장검사는 "사건 담당 검사가 내용을 보고서 (사건) 조사에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판단하겠지만, 그야말로 참고자료 일뿐이지 사건의 결론을 내리는데는 큰 의미가 없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박 차장검사는 안 시장에 대한 처리방침에 대해 "계속 열심히 수사중인 것으로 알고 있고 조속히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만 답했다.

안 시장의 변호인인 정인봉 변호사는 "인천지역 단체장들이 검찰에 탄원서를 낸 것에 (변호인 측이)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아 내용도 무엇인지 모른다"며 "검찰이 판단할 사항이고 수사를 통해 결론을 내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지방법원 형사합의6부는 전날(4일) 안 시장에게 현금 2억원이 든 굴비상자를 건넨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아무개 보성건설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을 연기했다. 재판부는 "안 시장의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아 기소가 안된 상태에서 뇌물공여자인 이씨만을 상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이씨측 변호인의 요청을 받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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