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 이 부총리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종부세의 이중과세 논란에 대해 "종부세가 위헌이라면 등록세와 취득세(지방세)에 붙는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국세)도 이중과세가 된다"며 일축했다.권우성
종부세 도입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강남구청 등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쪽은 송쌍종 서울시립대 지방세연구소장의 "토지라는 하나의 과세대상을 놓고서 토지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과세한다면 그것은 이중과세"라는 주장을 근거로 종부세는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언론도 이같은 논리를 지지하며 위헌론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토지초과이득세, 개발부담금제, 택지초과 소유부담금제가 '줄줄이' 위헌판결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첨부하며 위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보유세를 국세로 징수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강수 교수는 "말도 안되는 논리"라고 일축했다. 종부세를 산정할 때 재산세(주택보유세)를 면세해 주기 때문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부동산 보유세를 국세·지방세로 공동활용하는 경우도 세계적으로 많다고 전 교수는 반박했다.
한동근 교수도 "지나친 형식논리이며,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교수는 "지방세로 거둘 경우 서울·수도권에 세원이 집중될 수밖에 없고 지역 균형발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우리나라 토지문제의 특수성을 토대로 본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조차도 지난 5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종부세가 위헌이라면 등록세와 취득세(지방세)에 붙는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국세)도 이중과세가 된다"며 “"위헌적 요소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개혁성향 전문가들 "너무 후퇴했다" 반발...경실련 "땅부자 옹호당이냐" 격분
▲ 구멍 뚫린 종부세, 과세기준 완화해야 한다?
보수언론과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의 기준시가 9억원 초과를 과세대상으로 정한 것은 과하다며 기준을 완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시민단체와 몇몇 개혁성향의 전문가들은 상당히 후퇴했다며 정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실련은 "열린우리당은 땅부자를 대변하는 특권층 옹호당이냐"며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격분하는 데는 몇 가지가 이유가 있다. 일단 당초 5∼6억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였던 (주택 대상) 과세기준이 9억원으로 후퇴했다는 점과 보유세 강화라는 취지에 걸맞지 않게 조세저항을 이유로 세율을 최대한 낮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개별세 부담 증가 상한선을 제도화한 것과 급격한 누진세율체계를 단순하고 완만하게 변경해 전반적으로 인하하도록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바로 문제라는 것이다.
개인별 합산 원칙...54억 부동산 부자도 종부세 대상 안될 수도
게다가 가구별이 아닌 개인별인데다 그것도 ▲주택 ▲나대지 ▲사업용 토지 등으로 나눠 개별합산하기로 하는 등 구멍을 뚫어놓은 것도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럴 경우 주택의 기준시가가 8억9000만원, 나대지 공시지가가 5억9000만원, 사업용 토지 공시지가가 39억9000만원인 부동산을 지닌 54억대 '부동산 재벌'은 종부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게 된다.
여기에 상가건물과 최근 투자처로 각광받는 임야 등을 가지고 있더라도 전혀 종부세 부과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만큼 '땅부자'에게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정부의 방침이 정책적으로 실현될 경우 오히려 전보다 보유세를 덜 내는 땅부자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들은 예상하고 있다.
전강수 교수에 따르면, 부동산에 1차로 가해지는 보유세인 재산세(주택 보유세)가 낮아질 것이 확실시되고, 2차 보유세인 종부세 마저도 상한선이 정해져 애초 기대만큼 세금 인상폭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과표가 현실화 돼 늘게되는 세금이 1차 보유세율(최고세율) 인하로 크게 상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로 풀이된다.
전 교수는 "부동산을 상당히 많이 보유하고 있던 사람의 경우, 특히 최고세율의 적용을 받아왔던 사람은 오히려 세금을 덜내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종부세는 그런 과다보유자에 대한 부담을 준다는 의미만 있지 숫자가 너무 적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정부 정책을 깎아내렸다.
민노당 "실제 종부세 낼 사람 거의 없을 것" 부유세로 전면 개편 촉구
이선근 본부장의 비판은 한층 더 가혹했다. 이 본부장은 "부인이나 자식에게 증여하면 종부세 대상에서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에 과세대상은 강남에 달랑 집 한 채 가진 사람밖에 없을 것"이라며 "아마 부부공동명의제로 가면 실제로 종부세를 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과세의 퇴로를 열어준 정부 방침을 비꼬았다.
그는 이어 부동산 투기억제를 목적으로 종부세를 도입하려 했기 때문에 발생한 오류라며 "노무현 정부가 한껏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 놓고 그 거품에 세금을 매기려 하다보니 보수층의 반발이 그만큼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 그에 걸맞는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종부세를 부유세 형식으로 개편해 부동산뿐 아니라 다양한 자산들을 통틀어서 시가가 30억 정도 되면 부유세를 매기도록 해야 한다"고 부유세 도입을 강력히 촉구했다.
하지만 한동근 교수는 "이론적으로 후퇴했다고 볼 수 있지만 좋은 것도 너무 급격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점진적 개선론에 무게를 실었다. 완화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현실을 도외시한채 후퇴했다고만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정부도 미래를 예측 가능하게 장기적으로 하겠다고 하니까, 일단 한번번 실행해 보고 확대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며 "일단 방향은 어느 정도 바로 잡힌 만큼 한꺼번에 하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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