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무원노조 정면충돌 '초읽기'

[현장] 정부, 원천봉쇄 방침... 노조 "탄압하면 더 강해질것"

등록 2004.11.08 12:02수정 2004.11.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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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8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탄압규탄 및 쟁의행위 찬반투표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대표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영등포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열린 `공무원노조 탄압규탄 및 쟁의행위 찬반투표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김영길 공무원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대표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탄압해 보아라! 더욱 강하게 단결하고 투쟁하는 공무원 노동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민주노총·한국노총 등 58개 단체들로 구성된 '대학·공직사회 개혁과 공무원·교수 노동기본권 보장 촉구 공동대책위'(이하 공무원·노조 공대위)의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이들은 8일 오전 영등포 공무원노조 중앙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무원노조 불법탄압 규탄, 찬반투표 방해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오는 9일과 10일 양일간에 걸쳐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15일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찬반투표를 원천봉쇄하고 참가자를 전원 사법 처리할 방침을 세우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무원노조가 총파업 찬반투표까지 하게 된 이유는 정부가 '노동 3권' 가운데 파업을 할 수 있는 단체행동권을 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허용한다는 '공무원노조 특별법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정부에 시정을 촉구했지만 정부에서는 강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 때문에 공무원 노조는 수 차례 집회와 규탄대회를 가진 바 있다. 공무원노조는 이번 싸움을 위해 이미 100억 이상의 투쟁기금을 마련한 상태다. 그만큼 투쟁 열기도 높아 보인다.

"공무원노조 불인정은 개혁 않겠다는 것"

이날 회견에는 공무원노조 김영길 위원장·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대표·오종렬 전국민중연대 상임의장,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원영만 전교조 위원장, 황상익 교수노조 위원장, 문경식 전농 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대표들은 결의에 찬 지지발언들을 연달아 쏟아냈다. 이수호 위원장은 "전교조 출신으로서 15년 전 전교조 출범할 때 겪었던 일들이 새삼 떠오른다. 도대체 15년 동안 무엇이 변했나 참담한 심정"이라며 "사회가 많이 변했음에도 군사독재·권위주의 시대와 같은 탄압이 자행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여러 판례에 의해서라도 심한 폭력이나 반사회적 행위를 하지 않은 한 이런 식으로 예단하고 탄압할 수 없다"며 "특히 공무와 전혀 상관없는 업무시간 외에 집회 결사의 자유를 원칙으로 집회를 한다는데 체포하고 연행한다는 것은 야만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6일 '공무원 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었지만 이날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한 경찰에 의해 170여명(공무원노조 추정) 이상이 연행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또 "찬·반투표를 실시하지도 않았는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고 위원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8일부로 김영길 위원장과 안병순 사무총장의 체포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김세균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대표는 "4대 개혁 입법 중심으로 노무현 정부가 사회의 수구 보수세력과 격렬하게 대치하고 있는데 유독 노동문제는 수구세력과 차이 없다"며 "노 정권은 수구세력과 반노동자동맹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형태로는 대화와 개혁이 불가능하고 파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상익 위원장 역시 "입만 열면 개혁을 말하는 노 정권은 복지부동 개혁 저항세력인 고위관료나 자본가 재벌과 개혁을 할 것인가"라며 "공직사회 개혁을 통해 사회 민주화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대의를 가진 공무원노조를 부정하면서 개혁을 말한다는 것은 개혁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정부 특별법, 팔다리 제거하고 살라는 것"

a 8일 오전 총파업 돌입을 앞두고 있는 서울 영등포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 15일 총파업 돌입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8일 오전 총파업 돌입을 앞두고 있는 서울 영등포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실에 15일 총파업 돌입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원영만 위원장은 "기본권 쟁취는 공무원노조 뿐 아니라 교수, 교원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동참의사를 밝힌 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노조법은 우리 몸에서 팔다리 하나씩 제거하고 살라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노동3권이 보장돼야만 이 사회는 민주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위원장은 또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은 수업시간을 통해 학생들에게 인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전국학생연대회의 의장은 "얼마 후면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주장하며 하늘나라에 갔던 날이 온다"며 "70년대와 지금이 얼마나 달라졌나? 초등학교 때 집회 결사의 자유를 배웠는데 공무원노조가 집회하는데 정부가 왜 탄압하는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김영길 위원장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50여년동안 권력과 정권의 하수인으로 살아왔다. 직장에서는 온갖 굴욕과 굴종을 강요당하면서 노예적 삶을 살았다"며 "어떠한 탄압이 있다 해도 그 굴종의 세월로 돌아갈 수 없다"고 다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정부가 공무원 노동자의 마지막 대화 촉구조차도 외면한다면 전 민중들의 분노에 찬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14만 공무원 노동자 모두는 정부의 비인륜적 비인권적 탄압에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부당국에서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을 근거로 공무원노조의 실정법위반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정부당국식 실정법 해석이라면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라 집단행동이 금지되어 있는 사립학교 교장단이나 국공립고교 교장단이 주도한 지난 7일 '사립학교법 개정반대 집회'도 같은 불법행동 아닌가"라고 항변했다.

이날 공무원·교수 공대위는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대위는 내일부터 진행되는 쟁의 찬반투표에 참관단을 조직해 투표의 원활한 진행을 도울 예정이다. 만약 투표 자체가 무산되면 곧바로 규탄집회를 열고 행자부를 항의 방문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검.경, 전공노위원장등 2명 체포영장
`파업 사전투표' 영등포지부 압수수색

(서울=고웅석.강훈상 기자) 검찰과 경찰은 8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불법파업 움직임과 관련, 김영길(46) 위원장과 안병순(43) 사무총장에 대해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청주시장 `개 비유' 모욕사건과 관련, 전공노 청주시 지부 부지부장 정모씨 등 2명에 대해 모욕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검은 이날 "전공노가 노조 설립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불법 파업을 계획한다는 것은 공무원법상 금지된 집단 행동"이라며 "국민생활 보호과 국가 기강 확립 차원에서 엄정 대처하겠다"고 말해 강도높은 사법처리 방침을 시사했다.

경찰은 도 이날 파업 찬반투표를 사전에 실시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영등포구청내 전공노 영등포지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이날 오전 신청했으며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는대로 오후중 집행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날 투표함, 투표용지, 투표계획서 등을 압수할 계획이며 영등포지부 권종만(43) 위원장 등 지부 간부 5명에게 이날 오후 1시를 기한으로 출석요구서를 주거지와 근무지로 보냈다.

경찰은 김 위원장 등은 지난달 9일 건국대에서 열린 전공노 불법집회 등을 주도하고 각 지부에 총파업 투표를 지시.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들 전공노 지도부가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아 체포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전공노 영등포지부는 6일 오전 9시30분∼10시 과장이상 간부가 회의를 하는 틈을 타 기습적으로 구청내 각 사무실을 돌며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영등포경찰서 측은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김 위원장 등 대상자를 적극 검거하고 사법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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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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