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거리의 음악가 이호준씨정연우
부산역 광장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망자들의 위령제가 열린다.
위령제를 준비하고 있는 이호준(37)씨는 가수였던 선배가 노숙 생활 중에 사망한 것이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는 부산역에서 1년 넘게 거리 공연을 펼치고 있는 거리의 음악가다. 이호준씨는 부산역 광장에서 노숙자들과 1년을 함께 보내며 노숙자들이 다쳤을 때 약값을 대신 내거나 배고픈 사람을 위해 수제비를 만들기도 했다.
가끔 술 마신 노숙자들이 싸움을 벌일 대면 항상 중재자 역할을 하며 싸움을 말렸고 아픈 사람이 생기면 말없이 병원비를 손에 쥐어 주기도 했다. 부산역 고속철도 착발역 공사 도중 노숙자가 안전사고를 당해 손목에 심한 열상을 입었을 때도 그가 직접 나서 사고 당한 노숙자를 병원으로 옮겨 치료 받게 했다. 그렇게 그는 노숙자들의 친구가 되었고 부산역 노숙자들은 그에게 '거리의 천사'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노숙자들만 그를 좋아한 것은 아니다. 그가 부르는 노래를 듣기 위해 부산역 광장을 찾는 사람도 있다. 노래를 듣고 박수를 치는 사람, 말없이 인사를 하는 사람 등, 그렇게 그는 부산역의 명물이 됐다.
하지만 그에게도 어려울 때가 있다. 부산역의 미관을 해친다며 구청에서 무언의 압력을 가하기도 했고, 가끔은 그가 노래 부를 때 쓰는 물건이 사라지거나 부서지기도 했다.
그런 그가 거리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위령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위령제를 위해 호준씨는 전국에 있는 거리 예술가들에게 도움을 구했고 그 중 대구의 마임이스트 조성진씨와 행위예술가 김민정씨 등이 흔쾌히 공연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