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의 '일부론'?

[매체비평]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는 <매일신문>을 보며

등록 2004.11.09 11:46수정 2004.11.09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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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란, 전체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사용하는 사람의 주관이 많이 개입될 수 있는 단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단어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사용되어져 왔는지 익히 알고 있다.

80년 5월 광주시민은 '일부의 폭도'로, 80년대 민주세력은 '일부의 과격한 세력'으로 불렸다. 그러나 역사는 '일부'라 불려지던 이들이 대다수였음을 입증했다. 또 사회의 구조적 비리가 밝혀질 때마다 우리는 그것이 '일부의 문제'로 인식되기를 강요받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진전될수록 우리는 그 '일부'가 상당수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일부'의 사전적 의미를 바꿔야 한다. '일부'란 '사회의 상당수 비리를 가리기 위한 수단이며 정당한 주장을 하는 대다수 사람들을 매도하기 위한 수단이다'라고.

2004년8월10일
2004년8월10일매일신문
그런데 안타깝게도 <매일신문>이 사립학교법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 '일부론' 때문이다. 우선 <매일신문>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내용을 일부의 주장으로 매도한다. 열린우리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 사립학교법 개정 방침을 밝힌 지난 8월 10일 <매일신문>은 사설 '私學 옥죄는 개혁은 안 된다'에서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한 마디로 전교조의 주장과 거의 같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법안'이 아닐 수 없다"며 마치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일부 단체의 주장인 것처럼 왜곡했다.

그리고 서울에서 '사학법인단체'의 궐기 대회가 있기 하루 전인 11월6일치 사설 '私學 육성 의욕 꺾지 말아야'에서는 "일부 단체들의 주장만 근거로 밀어붙인다면 현정부의 정체성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며 '색깔론'까지 들먹이며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매일신문>의 주장대로 사립학교법 개정은 일부의, 그것도 색깔까지 의심스러운 일부의 주장인가. 그렇지 않다. 지난 10월 21일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여론조사 기관인 티엔에스(TNS)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찬성(60.6%)하는 사람이 반대(30.7%)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 또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손석희 시선집중'이 지난 10월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58.6%)이 반대(27.6%)보다 갑절이나 많았다.

<매일신문>의 '일부 주장'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오히려 그들의 주장이 '일부'임이 밝혀졌다. 아니 "정당한 주장을 하는 대다수 사람들을 매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일부'의 사회적 의미가 다시 한 번 입증되는 순간이다.

2004년11월6일
2004년11월6일매일신문
<매일신문>의 '일부' 타령은 계속된다. 이제는 사학의 비리가 일부의 문제란다. 지난 8월 10일치 사설 '私學 옥죄는 개혁은 안 된다'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은 "일부 사학들의 비리 근절이나 새 변화를 명분으로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라고 했다. 또 11월 6일치 사설 '私學 육성 의욕 꺾지 말아야'에서도 "일부의 비리를 근거로 모든 사학을 부패의 온상처럼 몰아붙이는 건 폭넓은 공감을 얻기 어려운 독단이다"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말 꺼내기도 민망스럽다. 사학의 비리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일부의 일도 아님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번거롭겠지만 한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지난 6월 14일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교육부가 99년부터 2003년까지 38개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 이들 대학이 지난 5년여 동안 횡령 또는 부당 운영 등으로 인해 2000여 억 원 이상의 대학 재정 손실금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조사 대상을 전체 사립대학 297개교로 확대했을 경우다. 비리의 규모가 엄청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데도 사학비리를 '일부'의 일로 주장할 텐가. 이 또한 사회의 구조적 비리를 가리려는 얄팍한 수단에 불과하다.


특히 <매일신문>은 사립학교를 거느린 카톨릭 재단의 소유다.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다수'와 '상당수'를 '일부'로 매도하거나 은폐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론이 소유주의 이해를 대변할 때 '전단지'로 전락한다는 것쯤은 매일신문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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