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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남구보건소, 방문보건사업 운영 '호평'

등록 2004.11.09 19:36수정 2004.11.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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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남구보건소 방문보건팀 한성숙 간호사가 권태임 할머니 집을 방문해 혈압을 체크하고 있다.

남구보건소 방문보건팀 한성숙 간호사가 권태임 할머니 집을 방문해 혈압을 체크하고 있다. ⓒ 평화뉴스

"꾸준히 찾아 주니까 몸이 저절로 낫는 것 같아."

대구시 남구보건소 방문보건팀 한성숙(38) 간호사는 오늘 손자와 단둘이 살고 있는 권태임(87·남구 대명4동) 할머니를 찾았다. 권 할머니는 백내장으로 10년 동안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하고 고혈압도 있었지만 형편 때문에 병원은 갈 엄두도 못내고 방안에서만 생활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남구보건소의 방문 간호를 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졌다"고 말한다. 지금은 무료 진료권을 받아 혼자서 병원도 가고, 가끔 산책도 하며 스스로 건강을 돌본다.

지난 6월에는 무료개안수술도 받아 몇 년 만에 시원하게 앞을 볼 수 있었다.

"문 앞에 사람이 서 있어도 누군지 알아 보지 못할 정도였는데 지금은 앞이 잘 보여서 너무 좋아. 나 같은 노인을 꾸준히 찾아주고 말도 걸어주고…. 정말 딸보다 나아."

혈당과 혈압 등 건상 상태를 체크하고 상담하는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안되지만, 권 할머니는 고맙고 안타까운 마음에 한 간호사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김유신(67·남구 대명 11동) 할머니도 남구보건소의 방문보건팀 윤금희(37) 간호사가 오는 날은 골목까지 나와 기다린다. 만나자마자 활짝 웃으며 안부를 여쭙는 윤 간호사를 보기만 해도 기운이 난다. 협심증으로 늘 가슴이 갑갑했지만 참고만 있던 김 할머니는 지난 4월 이들 방문보건팀을 만나 꾸준히 치료를 받고 있다. 처음에는 보건소에서 자신을 왜 찾아왔는지 몰라 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반갑고 고맙다"고 말한다.

대도시방문보건사업 일환으로 독거노인 등 건강 관리


지난해 2월 보건복지부의 대도시방문보건사업 시범 운영으로 만들어진 남구보건소 방문보건팀은 현재 6명의 방문보건 간호사들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몸을 움직이기 힘들고 형편도 어려워 병원 치료에서 소외돼 있는 지역의 장애인과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집 한집 발로 뛰며 방문 간호를 하고 있다. 사업명 그대로 '발로 뛰는 이웃사랑'이다.

몇 킬로그램은 돼 보이는 진료 가방을 들고 하루 평균 10군데 가까이를 방문하지만 이들은 전혀 힘든 기색을 찾을 수 없다.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병, 관절염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왜 아픈지도,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도 몰라 참고만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어요. 저희가 직접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건강 상태를 돌보면서 눈에 띄게 나아지고 마음까도 밝아지는 것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납니다."

a 남구 대명11동의 김유신 할머니를 찾은 남구보건소 방문보건팀 윤금희 간호사(사진 가운데).

남구 대명11동의 김유신 할머니를 찾은 남구보건소 방문보건팀 윤금희 간호사(사진 가운데). ⓒ 평화뉴스

이들은 혈당과 혈압 체크 등 기본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식이요법과 운동요법 등 자가건강관리법을 도입해 생활의 기본이 되는 식사와 운동에서부터 환자 스스로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한다.

또, 50여개가 넘는 남구지역의 민간의료기관과 연계해 무료 진료도 받게 해 주고, 대형 수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는 보건소에서 응급의료비도 지원한다. 특히, 건강 상담은 물론 환자의 가정 상황까지도 충분히 파악해 정서적인 안정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게다가 자원봉사자도 모집해 혼자 병원을 찾기 힘든 환자와 병원에 동행하고 복지관과 연계해 반찬 배달 등의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처음에는 보건소에서 나왔다는 말만 듣고 문도 안 열어 줘 되돌아오는 경우도 많았어요. 몇 번씩 찾아가서 얼굴을 익히고 나면 그제야 마음의 문을 열면서 방문 보건이 시작됩니다. 지금은 딸처럼 대해 주시는 사람도 많고,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은 엄마처럼 따르기도 해요."

만성질환으로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하는 환자가 대부분이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약값조차 아끼려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겨울이면 기름값이 없어 잠을 잘 때 전기요만 잠시 사용하는 할머니들도 있다. 병원 진료비뿐 아니라 약 값도 함께 지원되는 것이 이들 방문간호사들의 작은 바람이다.

간호사 한명이 500명 맡아... 보건 인력 턱없이 부족

그동안 생활보호대상자뿐 아니라 국가 지원에서 방치돼 있던 차상위계층 등 틈새 계층을 계속 발굴한 결과 대상자가 지난해 1500여명에서 올해 3000명 이상으로 두배로 늘었다. 꾸준히 돌봐야 하는 사람은 물론 건강이 좋아진 사람도 몇 개월에 한번씩 방문하기 때문에 간호사 한명이 500명 이상을 맡고 있는 셈. 게다가 아직도 방치돼 있는 가정이 많을 것으로 파악돼 방문 보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내년에는 방문보건사업이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되면서 국비가 줄어 들어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전망이다. 앞으로의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들은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 앞선다. 설사 지금 상태가 유지된다고 해도 현재 가정방문 간호사로 활약하고 있는 6명 간호사 가운데 2명만 정규직일뿐 나머지 4명은 비정규직이어서 고용 불안도 큰 과제 가운데 하나다.

남구보건소 건강증진계 이명숙 계장은 "방문보건사업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일용직이나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 간호사를 채용해 고용 불안을 없애고 꾸준히 사업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모두 임상경력 3년 이상에 1년의 가정 간호 교육도 받은 전문 간호사들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 계장은 또, "지난해에 비해 대상자도 두배로 늘어난 상태에서 인력 지원이 절실한 데다 업무를 전담할 수 있는 마땅한 부서가 없이 효율성이 부족하다"면서 "서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사업이기 때문에 간호 인력에 대한 보충과 예산 지원뿐 아니라 방문보건계와 같은 행정적 지원이 뒤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대도시방문보건사업을 전국 대도시의 14개 보건소에 시범 운영했다. 대구에서는 남구와 서구가 선정돼 한해 국비와 시비, 구비 등 1억4천만원의 예산으로 운영됐다. 내년에는 대구시 전체에서 이 사업이 시행되는데 서구는 지난해에 이어 이미 가정 간호사 7명과 차량 2대, 119 무선페이징 설치 등을 이미 끝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남구는 아직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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