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과 '프락치' 국회 나타나다

[현장] 국보법 폐지 논란 속에 <프락치> 국회시사회 열려

등록 2004.11.11 01:38수정 2004.11.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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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저녁 7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화 <프락치> 시사회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심상정, 천영세 의원과 열린우리당 강혜숙, 김원웅, 정청래 의원 등이 영화 상영 전에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멀리 뒷자리에 따로 앉았다.
10일 저녁 7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영화 <프락치> 시사회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심상정, 천영세 의원과 열린우리당 강혜숙, 김원웅, 정청래 의원 등이 영화 상영 전에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재오 한나라당 의원은 멀리 뒷자리에 따로 앉았다.권박효원
10일 저녁 7시, 국회 의원회관에는 프락치가 떴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논란 속에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영화 <프락치(THE STUDENT SPYING)>의 국회 시사회가 열린 것이다.

이 영화는 지난 1993년 김삼석씨 남매를 간첩 혐의로 조작한 백흥용씨의 양심고백에서 소재를 빌렸으며, 정체가 드러난 프락치와 그를 감시하는 기관원이 서울 변두리 여관에 숨어들면서 일어나는 일을 줄거리로 삼은 극영화다.

그러나 영화는 대부분 두 사람의 심리변화와 갈등을 다루고 있고 간첩조작이나 프락치의 참회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나오지 않는다. 황철민 감독은 "'우리 편'이 보면 너무 안 자극적일 것"이라며 "일반 시민들이 편하게 볼 수 있게 수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사회장에는 국회의원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2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심상정, 이영순, 천영세, 최순영, 현애자 의원과 열린우리당의 강혜숙, 김원웅, 정청래 의원이 참석했고, 한나라당에서는 유일하게 이재오 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프락치>의 한 장면. '프락치'와 기관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영화 <프락치>의 한 장면. '프락치'와 기관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씨네굿필름
이미 <화씨 9/11>이나 <수퍼사이즈 미> 등 사회성 있는 영화의 국회시사회를 주최했던 천영세 의원은 "이런 영화를 국회에서 하는 걸 보면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며 "정기국회에서 빨리 국보법 폐지가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사회의 공동 주최자인 강혜숙 의원 역시 "국보법은 악법 중에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원웅 의원은 "영화를 보고 나니 국보법은 간첩을 찍어내는 '붕어빵 틀'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재오 의원은 "당론과 배치되는 영화인데 껄끄럽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영화보지 말라는 당론이냐"고 답했다. 영화를 자주 본다는 이 의원은 "우리처럼 겪어본 사람은 쉽게 알 수 있지만 모르는 사람은 내용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으니 주제를 좀더 분명하게 표현했으면 좋았다"고 평가했다.


영화에는 한 사기꾼이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한나라당 서초갑지구당 위원장> 등의 여러 가지 명함을 갖고 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영화니까 (그럴 수 있다)"면서도 "의도적으로 한나라당이라고 하는 것은 영화의 흥미를 반감시킨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10일 영화 <프락치> 국회시사회장에 참석한 황철민 감독.
10일 영화 <프락치> 국회시사회장에 참석한 황철민 감독.권박효원
또한 시사회에는 '남매간첩단' 사건 당사자인 김삼석씨와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이덕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이쁜 간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삼석씨는 지난 7월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으로부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서 간첩 출신이 군인들을 조사한다"는 비판했을 때 '간첩'으로 거론된 당사자이기도 하다.

최근 한나라당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을 고소했다는 김씨는 "사건을 잊고 싶은데, 이번 일로 많이 울었다"며 "대한민국에서 간첩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황철민 감독 자신도 사건 관계자로 직접 양심선언을 지켜보며 영화를 기획했다. 당시 베를린 영화학교에 다니던 황 감독은 범청학련 독일지부의 요청으로 백씨의 양심고백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복사해주었다.

황 감독은 영화를 꼭 봤으면 하는 정치인으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을 꼽으며 "정 의원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영화시사회를 갖고 국보법 폐지의 필요성을 홍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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