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깨 콩 타작도 힘들었지만 풀씨나 흙을 체로 걸러낸 다음 밥상위에 콩을 좍 깔고 음악을 듣거나 티브이 보면서 구부려 잡티 가려 내느라 허리가 아팠다.전희식
특별히 올해 서둘러서 청국장을 만들고 더구나 말려서 먹기로 한 것은 지난달 티브이뉴스에서 청국장이 홍삼보다도 더 좋다는 이야기를 해서였다. 무심코 티브이를 보는데 진행자가 그러는 게 아닌가. 그 비싼 홍삼보다도 청국장이 더 좋다니 나는 귀가 번쩍 뜨였다.
아는 사람이 권해서 홍삼엑기스를 물에 타서 먹은 적이 있는데 박카스 병 꼭 반 만 한 홍삼엑기스 한 병이 3만4000원이나 한다는 것이었다.
그 뉴스를 듣기 전에도 청국장이 몸에 좋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홍삼보다도 좋다는 말에 당장 올해 청국장을 산더미로 만들어야지 싶었던 것이다. 몸도 예전 같지 않고 쉬 피로해지는데다 다들 성인병, 성인병 하니 그 예방에 특효라는 청국장을 1년 내내 먹어보자 싶었던 것이다.
올해로 꼭 10년을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은 땅에서 콩이 큰 풍년을 맞고 있었다. 마침 우리 집에서 ‘길동무’ 보따리학교 가을학기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여러 명 와서 농사체험 중이었다. 그때 도리깨로 콩 타작을 다 했다.
콩 타작 하면서 옛날에 곰보를 보면 ‘너 콩밭에서 엎어졌구나.’라고 놀렸다고 했더니 이 아이들이 곰보가 뭐냐고 되물었다. 천연두가 이제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으니 모를 수밖에.
그래서 나는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라든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어도 비둘기 마음은 콩 밭이다’라는 속담들을 가지고 애들이랑 놀았었다. 애들이 그 정도는 다 알고 있기에 ‘벼락에 콩 구워먹기’가 뭔지 아느냐고 했더니 아무도 몰랐다. 신이 난 나는 콩과 관련된 속담이란 속담을 다 동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