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축소' '날치기 환영' 언론인이 국가인권위원?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추천 김호준 후보 전력 문제삼아 반대

등록 2004.11.12 10:53수정 2004.11.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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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준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김호준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
한나라당이 국가인권위원으로 추천한 김호준 전 <서울신문> 편집국장이 특정후보에 대한 색깔공세, 안기부 보도 축소, 노동법 날치기 환영 칼럼 등의 편파적 편집권 행사로 후배기자들로부터 집단퇴진 요구를 받은 바 있는 '반인권적' 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민주노동당은 이같은 김호준 후보의 편집권 행사사례를 공개하며 한나라당 추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동당에 따르면, 김 후보는 지난 95년 '계엄군 시위대 과잉진압 사실-시민에 총격, 대검사용 확인'이라는 5.18 수사발표 기사에 대해 "제목이 밋밋하다"며 "(시민군에 의한) '최루탄 질식사'로 제목을 변경하라"고 강요했고, 이에 반발하는 기자에게 사표를 쓰라며 폭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가 대응에 나서면서 당시 <서울신문> 편집국 기자 108명 가운데 97명이 김 후보의 퇴진을 요구하는 의견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편집부 간부와 기자 29명을 '부하직원 감독소홀' '집단적 사내질서 문란' 등으로 무더기 징계했다.

사건을 보도한 당시 <미디어 오늘> 기사에 따르면 "김 국장은 6.27 지자체 선거 때 조순 후보의 과거행적을 '빨갱이짓'으로 지칭, 편집국 내부의 반발을 샀고, 지난 (95년) 2월에는 △안기부 언론수집 보도 축소 △김영삼 대통령 치적 홍보 △입법예고란 신설 등의 파행적 편집을 반복"했다.

또한 김 후보는 이듬해인 96년 12월에는 노동법 날치기 처리에 대해 '노동법은 악법인가'라는 칼럼을 썼다. 김 후보는 이 칼럼에서 노동법 처리를 "용기있는 선택"이고 "국가 경쟁력을 높여 국리민복을 증진시킬 것"이라고 추켜세웠으며, 이를 통과시킨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특유의 책임감과 정면돌파 근성이 유감없이 발휘"됐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후 김 후보는 한보 비리, 김현철 비리 등 대통령 관련 비리가 터지자 '판도라의 상자를 꼭 열어야 하냐'는 칼럼을 통해 "(대선자금 시비는) 누구의 책임을 추궁하는 차원보다 잘못된 정치현실을 바로잡는 제도개혁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후보는 '(김영삼) 대통령 힘내시오'라는 칼럼으로 대통령 비리추적 중지를 강조하다가 정작 대통령 선거에서는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와 신뢰를 보냈고,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자 "'777 DJT' 정치개혁이 원숙하고 치밀한 것"이라며 찬사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와 함께 일했던 기자 A씨는 김 후보를 "친미적, 보수적, 수구적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인권에 관심이 있지 않고, (인권위원으로)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자 B씨 역시 "인권위는 인권철학을 바탕으로 각 부분을 조정해야 하는데, (김 후보는) 인권위원으로는 불가능해 보인다"며 "한나라당이 국가인권위의 행보를 완화하거나 거스르려고 낙점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날 민주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김 후보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냉전적 사고와 반노동자적 시각, 독단적인 업무추진 등은 인권위원으로서 반드시 요구되는 공정하고 원활한 조정력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국가인권위원 선임은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국회의 엄정한 인사청문회를 통해 옥석이 제대로 가려질 수 있도록 진행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김 후보 추천한 사유에서 "다양한 활동경력 속에 인권관련 전문성 및 정책개발 역량, 업무 추진력 등을 두루 갖추고 있음이 인정된다"며 "언론에 의한 인권 침해 방지와 소수자나 약자의 보호 등 당면 과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에서 김호준 인권위원 선임의 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교섭단체 합의를 이유로 오는 15일로 연기했다.

다음은 김성희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김호준 인권위원 선임 반대 논평이다.

한나라당 추천 김호준 국가인권위원 후보 반대한다

오늘 본회의에서 김호준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처리된다. 민주노동당은 김호준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에 반대한다.

한나라당은 김호준 후보를 국가인권위원으로 추천한 사유에서 "다양한 활동경력 속에 인권관련 전문성 및 정책개발 역량, 업무 추진력 등을 두루 갖추고 있음이 인정된다"며 "언론에 의한 인권 침해 방지와 소수자나 약자의 보호 등 당면 과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주장과는 달리 김호준 후보는 국가인권위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인권철학과 경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김호준 후보는 언론사 편집국장 재임시 객관성이 크게 훼손된 파행적 편집과 기자들에 대한 인신공격성 폭언 등으로 일선 기자들로부터 퇴진요구를 받기도 했다. 또한 논설 등을 통해 지난 96년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노동법 날치기 개악을 두둔하고 노동자 투쟁을 비난하였다. 이외에도 본인이 집필한 상당수의 평설에서 권력과 정권에 따라 원칙과 기준없이 논조를 바꾸는 등 기회주의적인 행태를 보여 왔다.

우리는 이상의 근거들이 한나라당이 제시한 "언론에 의한 인권 침해 방지와 소수자나 약자의 보호 등 당면 과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는 추천 사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나아가 김 후보가 그동안 보여주었던 냉전적 사고와 반노동자적 시각, 독단적인 업무추진 등은 인권위원으로서 반드시 요구되는 공정하고 원활한 조정력과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본다.

인권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척도이자 마지막 보루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인권후진국이라는 국제적 오명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인권위는 독립된 국가기구로서 국민의 인권을 책임져야 하는 매우 막중한 임무를 갖고 있으며, 인권위원은 확고한 인권철학과 활동이 엄격히 검증된 인사여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국가인권위원 선임이 그 막중한 위상과 역할에 걸맞게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와 국회의 엄정한 인사청문회를 통해 옥석이 제대로 가려질 수 있도록 진행돼야 된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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