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노점상인 "새 노점좌판 엉망"

중구청 노점상 규격화 사업, '불량' 좌판으로 상인들 반발

등록 2004.11.12 18:00수정 2004.11.1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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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문시장 규격화 사업]으로 지난 8일 새롭게 좌판을 들인 시장입구. 새 좌판이 엉망으로 만들어져 상인들은 길위에 물건을 내 놓고 있다.

[서문시장 규격화 사업]으로 지난 8일 새롭게 좌판을 들인 시장입구. 새 좌판이 엉망으로 만들어져 상인들은 길위에 물건을 내 놓고 있다. ⓒ 평화뉴스

대구시 중구청이 서문시장 환경개선 사업으로 '노점상 규격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배치돼 있는 노점좌판이 엉망으로 만들어져 상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구청은 올해 6월부터 '서문시장 노점상 규격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지난 8일 밤 9시에 규격화 된 노점좌판 28개를 서문시장 입구에 처음으로 배치했다. 그러나 다음날부터 "노점좌판이 엉망으로 만들어졌다"는 상인들의 항의가 거세게 일고 있어 좌판 설치가 중단된 상태다.

이번에 중구청과 서문시장 노점상 연합회(최왕수 회장)가 새로 만들기로 한 노점좌판은 스텐레스와 합판을 재료로, 가로 180cm, 세로 150cm, 높이 65cm 크기로 만들도록 돼 있었다. 또, 이동이 쉽도록 네 귀퉁이에 바퀴를 달고 파라솔도 따로 지급해 세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a 기존의 파라솔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새 좌판. 비를 피하기 위해 좌판에 비닐을 덮어 놓았다.

기존의 파라솔도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새 좌판. 비를 피하기 위해 좌판에 비닐을 덮어 놓았다. ⓒ 평화뉴스

그러나 새 좌판에 대해 기대했던 상인들은 지난 8일 설치된 새 좌판을 보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인들은 "스텐레스 재질도 튼튼하지 않고 용접상태가 미흡해 좌판 내부에 빗물이 스며들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또, "모서리가 날카로워 다칠 우려가 있고, 물건을 진열하는 윗판은 얇은 합판으로 만들어져 조금만 무거운 상자를 올려도 금방 휘어졌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눈.비를 피하기 위해 노점상에게 꼭 필요한 파라솔은 설치 당일 바람을 이기지 못해 결국 휘어져 버렸다"면서 "이런 상태로 어떻게 장사를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새 좌판을 배치 받은 정옥순(68)씨는 "물건도 제대로 놓지 못하고, 파라솔 하나도 제대로 세울 수 없는데 밖에서 어떻게 장사를 하겠냐"면서 "며칠전 비가 억수같이 퍼부었던 날에는 옷도 다 버리고 채소도 몽땅 비를 맞았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너무나 속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도 "좌판 아래 공간에 기둥이 두 개나 세워져 있어 박스는 넣을 엄두도 못내고 있고, 문도 도르래 설치가 돼 있지 않아 제대로 열리지 않는다"면서 "사용할 사람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a 새 노점좌판의 외부(왼쪽)와 내부(오른쪽). 문은 도르래가 없어 잘 열리지 않았고, 내부 중간에 기둥이 세워져있어 박스를 넣지 못한다.

새 노점좌판의 외부(왼쪽)와 내부(오른쪽). 문은 도르래가 없어 잘 열리지 않았고, 내부 중간에 기둥이 세워져있어 박스를 넣지 못한다. ⓒ 평화뉴스

이에 대해 업체와 계약을 맺은 서문시장 노점상 연합회의 최왕수 회장은 "원래 모델은 그렇지 않았는데 원자재 단가가 당초 예상보다 많이 오른 상태여서 제작을 대충한 것 같다"면서 "수정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한 구역씩 추진하면서 계속 보완해 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시 중구청 지역경제과 이완하 시정관리담당도 "상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합판도 두꺼운 것으로 바꾸고 용접과 모서리 처리, 문, 파라솔 설치대도 모두 수정할 것을 업체에 지시했다"면서 "두 번째 구역의 35개 노점에는 오는 22일쯤 수정된 좌판을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설치된 28개의 노점좌판은 새로 바꿀 수 없다"면서 "나머지 노점을 정비한 뒤 보완을 하겠다"고 말했다.

중구청과 서문시장 노점상 연합회는 이런 식으로 거듭 수정과 보완을 거쳐 올 연말까지 서문시장 입구의 동서간 도로 양쪽 261개 노점을 정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있던 좌판을 없애고 잘못 만들어진 새 좌판에서 장사하고 있는 상인들은 보완이 언제 이뤄질지 몰라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는 처지다. 게다가 상인들 대부분은 새로 정비된 노점좌판의 비용에 대해 자신들도 20%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몰라 이에 대한 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중구청은 몇 해전부터 서문시장 환경정비 사업을 계획했는데, 올해 6월부터 서문시장 노점상 연합회와 함께 노점상 635개에 대한 규격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 6억여원 가운데 80%는 정부와 대구시, 중구청이 부담하고 나머지 20%는 자부담으로 내년 1월에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제작되고 있는 노점좌판은 1개당 79만원으로 노점상인 각자가 16만원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a 서문시장 입구. 오른쪽 28개 노점에 새 좌판이 들왔지만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서문시장 입구. 오른쪽 28개 노점에 새 좌판이 들왔지만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 평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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