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습헌법은 되는데 관행적 성문화는 왜 안되나"

성매매특별법 시행 52일째, 성매매 여성 단식 13일째에 집장촌을 돌아보다

등록 2004.11.13 15:49수정 2004.11.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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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13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집창촌 여성들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13일째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집창촌 여성들 ⓒ 김용민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집장촌은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현재 휴업 상태에 빠져 있는 반면 음성적 퇴패업소는 형식적 단속만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주 청량리를 찾은 기자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장안동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4년간 성매매를 했다는 강유진(가명)씨는 "장안동은 현재 성업 중"이라고 말한 뒤 "아는 언니가 너 밥벌이 안되면 여기 와서 일해라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언니가 CCTV가 더 늘어나고 안팍으로 감시하기 때문에 단속은 걱정 하지 않아도 돼 더 활성화 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터뷰에 응한 다른 성매매 여성 박여진(가명)씨는 "집장촌은 서민들이 찾는 곳"이라고 못 박고는 "관습으로 내려오는 성문화를 왜 이제 와서 단속하는지 모르겠다. 관습헌법은 되고 관습 성문화는 왜 안 되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집장촌은 공개된 곳이어서 단속하기도 쉬운 탓에 집장촌만 공격받는다"고 주장했다. 업주들에 따르면 강남이나 장안동에서 차로 집장촌을 돌면서 손님을 호객해 가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찾은 장안동의 밤풍경은 휴계텔 광고판으로 오색찬란했다. 오가는 행인의 발길은 뜸했지만 소위 말하는 삐끼들은 업소마다 한 명씩 있는 듯 했다. 한 업소를 찾아 들어갔지만 철제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의아해 하며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삐끼로 보이는 이가 급히 달려와 문을 따주며 들어가라 했다. 서너 군 데 더 들러 봤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철제문 안에는 종업원과 손님들로 분주했다. 기자라고 말하자 업주는 난색을 표하며 떠밀다시피 내몰았다. 이 와중에 삐끼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어렵게 말을 걸었다.

그는 요즘 경찰 단속이 어떤지 묻는 질문에 "걸리면 문 닫을 생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한 뒤 "손님 숫자가 줄었을 뿐 장사는 계속 한다"고 실태를 설명했다.


한편 현재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13일째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집장촌 여성들은 "집장촌을 없애면 성병 확산과 성폭력 증가, 제2의 유영철이 나올 것"이라고 주장한 뒤 "전화받이, 여관받이와 같이 성병 예방의 사각 지대에 있는 곳을 더 단속해야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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