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벽? 우리는 그런 것 못 느껴요

마산 호계문창교회·호계성당·자비정사, 4년째 '이웃 돕기 바자회'

등록 2004.11.14 08:39수정 2004.11.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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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벽을 넘어 '이웃 사랑'의 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돕기를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남 마산시 내서읍에 있는 호계문창교회(담임목사 이상근 목사), 호계성당(주임신부 임효진, 야고보), 삼계성당(주임신부 이성렬, 요셉), 자비정사(주지 진홍스님) 성도들. 이들은 기독교·천주교·불교의 종교의 벽을 허물고 4년째 '이웃돕기 자선 바자회'를 함께 열고 있다.

"종교 단체에서 먼저 화합하는 목소리를 내어보자는 생각에서 이 자선 바자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11월 13일 마산시 내서읍에 위치한 삼풍대(三豊臺)라는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서 성황리에 열린 '어려운 이웃돕기 자선 바자회' 현장에서 만난 중리종합사회복지관장인 자비정사 주지 진홍스님의 말이다.

바자회를 주최한 천주교 마산교구 삼계 성당 이성렬(요셉) 신부(왼쪽에서 넷째, 아기를 안고있는 사람), 자비정사 진홍스님(왼쪽에서 다섯째), 호계문창교회 이상근 목사(왼쪽에서 여섯째)
바자회를 주최한 천주교 마산교구 삼계 성당 이성렬(요셉) 신부(왼쪽에서 넷째, 아기를 안고있는 사람), 자비정사 진홍스님(왼쪽에서 다섯째), 호계문창교회 이상근 목사(왼쪽에서 여섯째)황원판
지역 주민의 관심과 사랑 속에 실시된 이날 바자회에는 어묵, 파전, 감자떡 등 다양한 먹을거리와 함께, 대부분 기증품, 산지 직송품, 도매품인 의류, 학용품, 화장품 등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품들이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매년 약 1천만원 정도의 이 바자회 수입금은 전액 지역 사회의 독거 장애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한 김장, 쌀, 연료비 지원, 결손가정 돕기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맛있는 감자떡도 드시고, 어려운 이웃도 도우세요" 호계성당에서 마련한 감자떡 코너
"맛있는 감자떡도 드시고, 어려운 이웃도 도우세요" 호계성당에서 마련한 감자떡 코너황원판

"추워도 힘들지 않아요."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자비정사에서 마련한 '사랑의 분식점'
"추워도 힘들지 않아요." 어린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자비정사에서 마련한 '사랑의 분식점'황원판

"정말 싸네요!" 호계문창교회에서 마련한 '생활용품' 코너가 주부들의 인기를 끌었다.
"정말 싸네요!" 호계문창교회에서 마련한 '생활용품' 코너가 주부들의 인기를 끌었다.황원판
바자회 현장에서 참기름 등 생필품을 팔고 있던 손애경(37세, 호계문창교회 성도)씨에게 어려움이 없는지 묻자 "종교는 달라도 벽 같은 것은 전혀 못 느낀다"며 "이웃을 돕자는 같은 뜻으로 모였기 때문에 쉽게 하나가 될 수 있는 것 같고,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계속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종교간 대화와 협력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낀다"는 장수용 과장
"종교간 대화와 협력의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낀다"는 장수용 과장황원판
중리종합사회복지관 장수용 복지과장도 범종교적으로 어려운 이웃돕기에 한마음으로 나선 것은 전국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운 일로, 앞으로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되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국에 340여 개의 사회복지관이 있지만, 종교·이념의 벽을 넘어 다함께 참여하는 바자회는 사실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저희 내서읍에 위치한 호계문창교회·호계성당·자비정사는 종교와 이념의 벽을 넘어 함께 힘을 합쳐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모범사례라 생각합니다.

이번 바자회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분기별로 모여 지역 사회 복지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정보도 공유하고 서로 돕고 있습니다. 특히 '부처님 오신 날'에는 교회와 성당에서, '성탄절'에는 사찰에서 서로 축하의 꽃바구니를 보내는 모습에서 진한 감동을 느낍니다.

저는 스님과 신부님, 목사님이 한 자리에 앉아 차를 마시며 정겨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런 종교 간의 대화와 협력이 계속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 종교 간의 화목이 내서읍 7만 주민의 화합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종교간의 벽을 허문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는 이상근 목사
종교간의 벽을 허문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는 이상근 목사황원판
이 바자회에 참가한 호계문창교회 이상근 목사도 종교간의 벽을 허문 '사랑의 실천'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종교인의 사명과 역할을 강조했다.

"저희 교회는 출석 교인 숫자가 50명 내외인 작은 개척교회이지만, 이 바자회에 참여한 다음부터 일반인들이 저희 교회를 보는 인식도 매우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처음 동참할 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기독교와 천주교는 교리의 차이가 좀 있어도 같은 하나님을 섬기고 있기 때문에 쉽게 가까워질 수 있었고, 스님과도 여러 번 만나다보니 지금은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종교 간의 벽을 넘어, 이 사랑과 나눔의 자선 바자회에 계속 참여할 것이며, '이웃 사랑의 실천'을 통한 영혼 구원과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하는 교회가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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