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에 바쁜 부녀회원들박도
새마을부녀회원들이 면에서 나온 예산에 독지가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태서, 면내 혼자 사시는 저소득층 노인 분이나 소년소녀 가장에게 겨우살이 김장을 마련해 주고자, 해마다 연례적으로 하는 자원봉사활동이라고 했다. 올해는 600포기를 담그는데 그분들에게 다 돌아갈지 모르겠다고 했다.
듣고 보니 마치 나에게 김치를 담가주는 양 고마웠다. 곁에 있는 면장님도 혼자 사시는 독거노인이 해마다 늘어나지만 행정력으로 돕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매우 안타까워 하셨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처럼 비온 뒤 죽순처럼 늘어나는 혼자 사는 노인 세대 문제는 여간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1980년대 초, 모교의 명망 있는 교수 한 분이 정년퇴직 후, 퇴직금으로 그 무렵 생겨난 실버타운에 들어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 그 후 점차 그런 얘기를 많이 듣게 되고, 해마다 성탄예배 후 학생회 대표와 헌금을 가지고 양로원을 방문해 보면 수용시설이 비좁았다.
며칠 전, 한 모임에 갔더니 제3공화국 시절에 장관을 지낸 한 분의 근황이 화제가 되었다. 그분은 재임 때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최장수 장관의 영예를 누릴 정도로 능력과 청렴성이 돋보이는 분이었는데, 여든이 넘은 요즘은 독거노인 아파트에서 쓸쓸히 노후를 보낸 바, 당신의 초라한 몰골을 보이지 않고자 여간해서 면회를 허락지 않는다고 했다.
수십 년간 교장을 지낸 한 분도 혼자 지내다가 외롭게 숨을 거둔 바, 친지들도 돌아가신 정확한 날짜도 몰랐다고 했다. 이제 이런 정도의 이야기는 뉴스에도 오르지 않을 정도로 우리 언저리에 흔한 일이 되었다.
그 동안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인권이 늘어나고, 문화수준이 높아진 반면에, 대가족제도에서 소가족, 핵가족으로 전통의 우리 가족제도가 허물어지고 점차 홀로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노령화 사회의 대안
농협 앞에서 횡성행 시내버스를 타자 승객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요기를 하고자 횡성에 내려 시가지를 걸어도 온통 노인이요, 자장면 집에 들러 점심을 먹는데도 대부분 노인들이다.
횡성에서 아내 차를 타고 원주로 가면서도 도로가를 걸어가는 이도 대부분 노인들이다. 시골만 그런 게 아니라 도시의 공원도, 지하도에서 노숙하는 이도 노인들이 엄청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