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는 노 의원박수호
그의 정치기상도도 눈길을 끌었다. 44년만에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운 민주노동당이 점차, 한나라당이 몰락한 가운데 우경화된 열린우리당과 정책과 이념을 두고 다툴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2년 민주노동당 집권도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번 정형근 의원과의 1:1 토론에서는 이러한 그의 주장에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말해 객석에서는 또 한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는 이번 17대 총선을 지역감정의 시대를 넘어 정책과 이념 대결이라는 한층 성숙한 정치체계로 진일보하는 과도기라고 진단하며 따라서 지금의 젊은이들의 존재가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헌재의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는 민주노동당의 당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학생에게 비록 관습헌법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갖다댄 헌재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행정수도 문제의 경우에는 정략적 접근에 앞서 '과학적' 접근이 우선된다고 답했다.
실효성이 없는 양양, 무안 등 만성 적자인 공항에 대해서도 혈세를 낭비하면서 4~5년간 타당성 검토를 거쳤다는 정부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2002년 대선 공약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 대선이 있는 2007년에 첫 삽을 뜨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정략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수도권 반경 150km안에 3000만명의 인구가 살게 되는 '메갈로폴리스'가 등장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노 대통령이 미국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한 발언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있는가'라는 학생의 질문에 "너무 겁먹지 말아야 한다"고 전제한 뒤, "특정국가와의 군사적 동맹 관계가 향후 다른 나라와의 긴장관계를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풀고 중·러·일 등 이웃나라와 다자간 평화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영구평화의 방법"이라고 답변했다.
지금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진보의 기로에 서 있는 때이며 급변하는 현실 속에서 방향타를 쥐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한 그는 학생들로부터 열띤 박수를 이끌어냈다.
학생들은 1시간 30분 남짓 되는 시간 동안 일부는 서서, 일부는 계단에 앉아서 노 의원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서진원(26)씨는 "민노당의 선명한 정책들을 통해 내 성향을 알 수 있었다"며 "아울러 시원시원한 그의 입담에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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