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사회'의 우월성을 버리려는가

[주장] 북관련 해외사이트 무더기 접속 차단을 보며

등록 2004.11.17 02:40수정 2004.11.1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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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에서 북한주민접촉승인제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여온 지가 벌써 1년 9개월이 됐다. 이 운동을 처음 시작했던 것은 남북간의 통일 역사가 이제는 대결 구도가 아니라 파트너십의 관계로 가야한다는 탈냉전적 사고가 바탕에 있었던 때문이다.

거기다 앞으로 인터넷이 남북교류에 미칠 순기능은 실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믿음이 더불어 한몫을 했다. 실제 우리의 일상에서 인터넷의 순기능은 악영향을 훨씬 앞지르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남북교류에 인터넷을 활용한다면? 이런 의문의 결과가 '인터넷상에서의 북한주민접촉승인제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 이유였다.

그러나 이 운동을 한 게 근 2년이 다 돼 가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변하다니, 그나마 '인터넷상에서의 북한주민접촉승인제 폐지' 관련 법안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3당 모두 이번 국회에 상정을 해놓고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긴 하지만, 어제오늘의 느닷없는 국가보안법 인터넷 공습(?)은 우리 사회의 미숙을 그대로 투시하고 있는 것 같아 처연하다.

지난 12일 정보통신부는 31개 '친북사이트' 접속을 차단했다. 이 31개 사이트는 경찰청이 작성한 46개 친북사이트 명단이 참조가 됐고 경찰청은 이들 사이트 중 31개에 대해 국가보안법 7조를 들어 정보통신부에 차단요청을 했다.

그런데 정통부는 이들 사이트의 차단을 12일에 해놓고 국민에게는 15일에 이르러서야 그랬노라고 언론을 통해 발표했다. 국민 몰래 하는 습관은 여전하다. 차단 이유가 '국가보안법 7조 위반'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국가보안법이라면 지금 그 개폐를 놓고 우리 사회 전체가 논란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개혁 화두의 핵심이 아닌가. 그런데 거기다 그 악명 높은 '반국가단체 찬양·고무 조항'의 7조라니. 이 법이 국민과 국회에서 한창 논란의 중심에 놓여 있는 이 때에 국가보안법 7조를 들어 사실 별 보잘 것 없는 북한관련 사이트를 대상으로 이 엄청난 무기를 들이댔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하여 이번 조치가 단순한 행정가들의 결정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한창 국민과 국회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현실이 철저하게 외면된 이 공습(?)이 도무지 일상적인 정부의 행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또 왜일까. 작금 우리 사회의 개혁이 보이지 않은 어떤 손에 의해 자꾸 뒤로 떠밀리고 있다는 이 불안감.


정통부는 왜? 경찰청은 왜? 국민적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현실을 외면하게 된 걸까. 그게 원칙이라서? 그저 정부가 할 일이라서? 그것이 알고 싶다.

첫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이 개혁의 핵심 문제로 놓여 있는 가운데, 오히려 이 법의 적용이 인터넷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이 상황은 그들의 보수적 계몽주의에서 비롯된 관료주의와, 그래서 이나마 대한민국이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자만과 오만 탓이다. 이외에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


둘째, 이들은 총체적 사고능력이 없다. 적어도 남북교류에 대한 고민과 인터넷이 우리 시대에 어떤 몫을 담당하고 있으며 국민의 사고능력을 어떻게 향상시키고 있는지 또 이것이 남북교류에서 어떤 순기능으로 작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시대적 낙오자들이란 얘기다.

셋째, 이런 일을 통해 우리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냉전적 이념 구도의 수렁에서 벗어나 있지 못할 뿐더러 그를 통해 수구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이 시대의 화두인 개혁이냐 반개혁이냐의 구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다.

넷째, 이번 조치로 적어도 인터넷에서만큼은 폐쇄형 사회라는 북한과 개방형 사회라는 남한과의 체제 성향의 차이와 우월성이 모호해졌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섯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사고와 이런 조치를 내놓은 미숙한 행정가들은 더 이상 우리의 미래와 우리 사회의 진보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이제는 제발 이들이 퇴장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

혹 이 조치가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행여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래서 개혁과 반개혁의 구도는 유효하다는 확인. 그리고 여전히 이들은 국민을 어리석은 백성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 하여 자신들이 어리석은 너희들을 위해 판단해 주는 것이라고 생색을 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 생각이 많다. 자 이제 이 글을 끝내련다. 국민은 더 이상 표현의 자유와 사상의 자유를 그 어떤 이유로도 국가에 볼모로 내주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또 표현할 것과 생각할 것의 판단을 스스로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정녕 그런 자유를 온전히 가져 본 적이 없었기에. 왜냐고? 그것이 알고 싶다고? 그대들이여, 그게 바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니었던가. 정녕 그러하지 않더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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