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과 '빛'고을의 만남, '제 2회 달빛축제'

‘개혁당’사이트가 맺어준 영·호남의 만남, 지난 13일 열려

등록 2004.11.21 22:52수정 2004.11.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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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손을 잡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생활인들이 이렇게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많을수록 세상은 살맛이 납니다.”


이는 제2회 달빛축제에서 대구의 장주효씨(팔공문화원장)가 첫소리로 힘주어 말했던 축사의 한 꼭지입니다. 어쩌면 이 축제의 방향이자 테마이기도 해 보입니다.

a 금호강변 동촌유원지 달빛축제 행사장에 들어서다.

금호강변 동촌유원지 달빛축제 행사장에 들어서다. ⓒ 윤범중



강변에 울려 퍼지는 달빛소나타

지난 11월 13일(토)과 14일(일), 양일간 대구 동촌유원지에서 제2회 달빛축제가 열렸습니다. 환영사와 답사가 오가고, 국회의원의 축사와 시인의 축시가 이어진 뒤 제2회 달빛축제가 있기까지 경과가 소개되었습니다. 전라도 여자와 경상도 남자가 하나 되어 결의문이 낭독되고 광주 5·18의 수괴(?) 정동년씨가 기증한 무등산그림이 대구에 선물되고 대구의 능금이 광주에 예약됩니다.

금호강변의 밤이 깊어가면서 축제는 절정에 오릅니다. 고기 굽는 냄새와 오가는 술잔 속에 노래자랑이 펼쳐지고 저마다 끼들을 발산합니다. 막춤도 살이 오르고 함성도 터져 나옵니다. 아이들은 재잘거리며 어른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축제와 어우러져 갑니다. 금호강은 밤안개를 뿜어내며 축제를 휘모리합니다.


이내 깊어진 밤 속으로 아이들은 하나씩 잠이 들고, 시간이 지남을 안타까워하며 어른들은 연신 대화의 끈을 붙잡으며 여러 화음들을 냅니다. 이른바 ‘달빛소나타’입니다. 소나타(sonata)는 악곡의 한 형식입니다. 이탈리아어로 연주하다의 뜻인 ‘sonare'에서 비롯된 말로써 기악곡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은 개념입니다. 사람과 말, 술과 노래가 어우러져 이렇게 멋들어진 하모니를 내니 소나타랄 수밖에요. 금호강의 밤안개와 동촌유원지의 소나타교향곡이 그믐밤을 수놓습니다.

새벽이 말달려 오고 금호강의 물안개가 아침으로 피어오릅니다. 일부는 새벽 속에 쏟아져 오는 잠에 취하고 징그러운(?) 인간들은 그 아침까지 토론을 합니다. 서둘러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버스는 팔공산에 오릅니다. 장이 안 좋다는 곽성우씨(41세, 대구, ID신돌석)는 그만 버스를 놓쳐 달리기를 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팔공산의 붉은 단풍 같아 보입니다.


동화사의 거대한 약사여래불과 마주하고 답사는 서서히 끝나갑니다. 점심을 때우러 가는 버스 안에는 코고는 소리가 요란하고 그동안 오작교를 수놓은 참새와 까마귀도 떠나갈 채비를 합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견우와 직녀들도 헤어져야 합니다. 멀리 명산 팔공산을 뒤로하며 이별을 아쉬워합니다.

‘핏내’나는 지리산을 넘어 거창해질녘을 타고 늦가을 곱게 물든 가을산허리와 억새의 끝물을 감싸 안고, 여전히 소통이 불편하기만 한 88고속도로의 답답함을 뛰어넘어 먼산 언저리 밑 단풍을 기운삼아 달려온 대구의 1박2일이 끝나고 제2회 달빛축제도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a 달빛축제의 막이 오르다.

달빛축제의 막이 오르다. ⓒ 윤범중



달빛축제는 인터넷이 만들어준 축제

달빛축제는 인터넷이 만들어준 축제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가장 먼저 찾아 승리의 인사를 했던, 한 때 맹위를 떨쳤던 개혁당의 온라인 사이트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02년도 말께에 광주남구의 개혁당원들이 대구 수성구를 온라인으로 침투(?)하여 간첩작전(?)을 벌이면서 친교를 맺고 이듬해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대구를 방문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광주항쟁 23주년 전야인 2003년 5월 17일 밤, 광주의 한 야외정원에서 대구와 광주의 개혁당원들과 광주를 방문한 전국의 개혁인사들과 함께 제1회 달빛축제의 서막이 올랐고 번갈아 가면서 개최하기로 합의한 대로 이번에는 대구에서 제2회를 맞은 셈입니다.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이 만난다는 뜻에서 축제이름이 ‘달빛축제’로 명명되었습니다.

개혁진영의 축제로 탈바꿈

제2회 달빛축제는 그 영역이 확대되었습니다. 이른바 영·호남 ‘개혁진영’의 축제로 변화해가는 양상입니다. 광주지역은 대체로 열린우리당 평당원들이 중심이며 대구·경북지역은 개혁진보적인 정당인과 시민그룹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 화음이 나오는 것은 필연입니다. 다만 참가한 사람들이 ‘틀리다’하지 않고 ‘차이다’라고 하니 여러 소리가 하모니를 이룹니다. 지휘자 없는 교향악입니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스스로 화음을 냅니다.

a 달빛축제 이튿날 동화사를 답사하다.

달빛축제 이튿날 동화사를 답사하다. ⓒ 윤범중



더 새롭게 거듭나는 축제로!

정치인들의 참여가 늘면서 다른 목소리도 들립니다. ‘피그일개미’라는 아이디(ID)를 가진 이김미애씨(35세, 대구 수성구)는 “형식보다는 내용에 무게중심을 두고 횟수를 거듭해갈수록 참가자들이 마음을 나누어 교류를 실재화하는 그런 축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치인들의 식순 넣기’에 아쉬움을 표현하였습니다.

행사 때마다 참가자들이 객이 되는 우려의 지적에 공감을 느낍니다. “참가자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행사의 기획이 필요하다”는 이김씨의 지적이 금호강의 새벽을 질타하는 듯합니다. 성대함보다는 진정한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동서교류가 절실해 보이는 대목입니다. 아쉬움이 많았지만 축제의 분위기 속에 몰입하는 그의 얼굴에는 고운 미소가 퍼집니다.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을 맡은 ‘원곡’이라는 ID를 가진 이영대씨(42세, 대구)는 축제후기(後記)를 통해 “생활정치인들이 한자리에 만나는 만큼 ‘개혁과 화합,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콘셉트로 시작하였다. 다소 형식을 강조한 부분도 있었으나 자리를 제공하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밝히면서 “많은 여운과 아쉬움이 남지만 더 많은 참여와 실질이 추구되는 명실상부한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로 그 간의 준비와 마무리를 정리하였습니다.

제3회 축제가 벌써 기대됩니다. 1회와 2회를 거치면서 제법 살집도 붙고 몸매무새도 세련될 것을 예감하기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아보여서 입니다. 무릇 정부나 자치단체의 축제가 지나치게 그 형식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을 단순참가자로 전락시키는 요즘 축제문화에 어쩌면 이 달빛축제는 민간주도형의 내실 있는 축제로 자리 잡아 많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축제의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저만의 생각은 아닐 테지요. 명산 팔공산의 기운을 흠뻑 안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즐거웠습니다. 2005년이 그만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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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없음도 대답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다. 더 좋은 민주주의와 사람사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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