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학교 홍보대사로 외국인 학생 맹활약

등록 2004.11.22 14:21수정 2004.11.22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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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국제화 시대를 맞아 각 대학들의 외국 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학교가 재학생으로 구성된 홍보대사에 외국 국적의 학생들을 선발, 학교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려대는 올해 7기째인 홍보대사 모집요강에 '국적'이라는 항목을 추가했다. 최근 고대를 찾는 국내외 대학은 물론, 기업, 언론의 관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그들을 위한 의전, 안내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 또한 2005년, 100주년을 맞으면서 기념행사가 봇물을 이루게 될 것에 대한 대비이기도 하다.

국내 대학 최초 외국인 홍보대사(왼쪽부터 미히, 하바곤, 최려메, 토마스)
국내 대학 최초 외국인 홍보대사(왼쪽부터 미히, 하바곤, 최려메, 토마스)박수호
홍보대사를 담당하고 있는 교직원 김창환씨는 "학생들을 통해 국제화된 고려대의 실정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외국인 홍보대사의 역할을 기대한다"며 올해 모집정원을 대폭 늘렸다고 말했다. 실제 98년 1기 15명 선발 이래로 평균 20명 선을 유지해왔으나, 이번 기수에는 특별히 외국인 학생 포함 30명의 학생들이 학교의 명예를 걸고 활동하고 있다.

홍보대사의 주요역할은 무엇보다도 방문 인사들에 대한 안내. 최근 중국 상해 교통대 교수가 방문하자 캠퍼스 투어에 나선 이는 최려메(21)씨. 중국 국적에 길림성 출신인 그녀는 캠퍼스 소개는 물론 역사, 문화 등에 대해 친절하게 소개했다. 수업 진행 방식은 물론 양국간 교육의 차이점 등 다소 어려운 교수들의 질문에도 척척 대답해 칭찬을 받기도. 그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속으로 많이 떨렸지만, 외국 학생들에 대한 혜택을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는 교수님들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귀띔했다.

도쿄대학생들의 안내에는 전통의상인 '히잡'을 머리에 두른 하바곤(havvagun, 22)씨가 나섰다. 그녀는 캠퍼스 명칭과 돈독한 친구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지 몰라 처음에는 망설였다고. 하지만 역시 느끼는 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자 수월해졌다고 전한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을 알게 되었다는 그녀는 그해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년간 서울대와 이대에서 한국어를 배운 뒤 올해 외국인 전형에 합격했다. 유네스코에서 지원하는 터키문화 알리기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나서 중고등학교를 방문해도, 제일 먼저 '고대생'임을 밝힐 만큼 고대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한편 미국 시애틀 출신으로 오레곤 주립대학을 합격하고도 한국에서 공부하고 싶은 생각에 본교에 입학했다는 안젤라(20)씨도 학교 알리기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마찬가지. 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으로 고대를 방문한 외국인은 물론 한국 사람들에게도 친근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평이다.


오히려 캠퍼스 투어를 진행하면서 중고생들에게 한국문화를 배울 때도 있다며 활짝 웃는 그녀는 '생환대(생명환경과학대학)'와 '생과대(생명과학대)'가 헷갈리는 '초보' 홍보대사지만, 함께 활동하는 사람들과 어느새 '언니, 오빠'라 부르며 스스럼없이 대하는 성격이 매력이다.

이밖에도 교환학생인 미히(오스트리아), 토마스(독일) 등 총 5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투어 안내 이외에도 외국학생들에게 고대를 알리기 위해 온라인상에서의 홍보, 화보촬영, 홍보영화 출연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홍보팀에서는 외국인 홍보대사들이 몇몇을 제외하고는 아직 한국어가 익숙지 않아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투어에는 참여하지 못하지만, 본인들의 열성이 대단해 조만간 한국인 홍보대사들과 함께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과 본국을 연결하는 가교가 되고 싶다는 그들의 의미있는 '좌충우돌'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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