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옆에는 어린 날의 추억을 일깨우는 빨간 까치밥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이종찬
"인자 매사 떡도 얻어 묵고 했으이 묏등 근처에서는 놀지 말자."
"그라모 소는 오데(어디) 풀어 놓고, 우리들은 또 오데(어디) 가서 놀끼고?"
"고인돌 주변에 가모 될 꺼 아이가."
"그기는(그곳은) 밭이 많아서 파인데(안 좋은데). 지난 번에 그짜서(그곳에서) 놀다가 우리집 소가 무시(무)로 몇 개 뽑아 묵어 가꼬 혼땜 했다 아이가."
묘사(墓祀). 묘제(墓祭), 시향(時享)이라고도 부르는 묘사는 5대 이상, 그러니까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 조상님 산소에 1년에 한 번씩 가서 드리는 제사를 말한다. 우리 집안에서도 해마다 음력 시월 중순쯤이 되면 일가들 모두 진해 명동에 있는 선산에 모여 조상님께 묘사를 지낸다.
하지만 요즈음은 옛날처럼 묘사떡을 얻으러 오는 코흘리개 아이들도, 무덤 근처에서 소를 풀어 놓고 노는 아이들도 아예 보이지 않는다. 묘사 음식 또한 옛날처럼 많이 장만하는 게 아니라 간단하게 제를 올릴 정도만 준비하고, 옷차림 또한 흰 두루마기 대신 주름이 잘 잡힌 양복 차림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개발로 인해 선산마저 모조리 사라져 조상님께 묘사를 지내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우리 집안 선산도 몇 해 전 진해 해안도로 도로확장공사로 인해 다리가 잘리고 말았다. 그리고 선산 앞에는 바다를 메우고 조선소가 들어서 아름다운 진해 앞바다를 이리저리 구겨 놓고 말았다.
부산 진해에 신항만이 들어서면서 생선회가 맛있기로 이름난 진해의 옛모습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우리 집안 선산도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고 한다. 어쩌면 쏟아지는 아침 햇살에 찬란한 윤슬을 굴리며 조각배처럼 떠도는 저 멋진 소쿠리섬과 우도도 개발이라는 낱말 아래 그대로 매립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