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종호
이같은 분위기는 유례없이 높은 17대 국회의원들의 사형폐지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다. 70년대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수 생활을 했던 유인태 열린우리당 의원은 "조만간 정식으로 사형폐지입법안을 발의할 수 있다"며 "(정기국회 기한인) 12월 9일까지는 힘들어도 이후 임시회나 내년 2월에는 통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범종교인연합과 법안발의 서명 의원들이 주장하는 사형제도폐지특별입법안은 기존의 사형을 사망 때까지 감형이나 가석방을 할 수 없는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내용이다.
결의대회에서 강연에 나선 레니 쿠싱 '화해를 위한 피해자협회(MVFR)' 대표는 "피해자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가해자 사형이 아니라 고통을 치유하기 위한 사회적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쿠싱 대표는 지난 88년 살인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뒤 사형제도 반대운동에 뛰어들었다.
야스다 요시히로 '사형폐지포럼 90' 대표는 "종신형에 대해서도 사형 이상 잔혹한 형벌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생명이 아닌 자유만 박탈한다는 점에서 사형과는 다르다"며 "종신형 도입으로 사형 존치론자들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인태 의원은 사형 존치여론에 대해 "언론을 통해 사형이 종신형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지면 사형 폐지여론도 높아질 것"이라며 "EU 국가들도 사형 폐지할 때 존치여론이 더 높았지만 폐지 이후에도 별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사형폐지 및 종신제 입법안에 서명한 의원들은 모두 150명으로 과반수를 간신히 넘긴 상태. 그러나 이 법을 추진하는 측은 이후 참여의원의 증가를 낙관하고 있다. 아직 법안 내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의원들이 대다수이고, 이중에는 지난 16대 국회에서 같은 법안에 서명한 의원도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서명을 받기로 한 정의화 의원이 개인 일정으로 아직 많은 의원들을 만나지 못했다"며 "180명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 중에는 열린우리당 의원이 113명으로 가장 많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서명에 참여했으며, 의원은 아니지만 이부영 당의장 역시 지난 16대 국회 당시 같은 내용의 법안 발의를 주도한 바 있는 사형 폐지론자다. 민주노동당은 아예 사형폐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10명 의원 전원이 법안에 서명했다. 민주당 의원 5명과 무소속 의원 1명도 서명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