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누는 일상, 김장

고되지만 의미있는 어울림

등록 2004.11.22 22:53수정 2004.11.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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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0~21일 충북 제천에 위치한 어린이 문화단체 '또랑'(http://ddorang.net)은 이웃돕기 일환으로 김장 담그기 행사를 열었다.


김장을 담그기 어려운 주위 소년소녀 가장, 독거노인에게 김장을 담가 나눠주는 행사는 올해로 3번째로 이번 김장은 용산에 위치한 한 무료급식소에 전달할 예정이다. 어려운 경제 사정 때문인지 그 무료급식소는 몇 달째 식사에 김치가 오르지 못했다고 한다.

가족단위 봉사 참가자들
가족단위 봉사 참가자들심은식
또랑의 대표인 류영일(33)씨는 이처럼 나눔에서도 소외된 이들을 위해 이번 김장을 준비했다고 말하면서 더불어 전통문화의 복원도 중요하지만 사라져가는 일상이야말로 우리가 복원해야하는 대상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행사에 봉사를 하기 위해 참여한 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영화관계자, 궁궐지킴이부터 일반 회사원까지 다양했다.

김장을 매년 해 본 어머니부터 난생 처음 김장을 해보는 총각까지 함께 모여 귀한 땀과 마음을 보탰다. 이들은 남을 돕는 것과 동시에 도시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김장이라는 공동체 작업을 함께 하려고 모였다.

일과후의 식사
일과후의 식사심은식
김장은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배추를 씻고 옮기기, 속에 들어갈 재료를 다듬고 썰기, 몸을 녹일 난로에 들어갈 장작 준비하기, 새참과 필요한 재료 준비하기…. 사람들은 저마다 맡은 일을 하느라 분주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가벼운 물건을 나르거나 불 지피기를 도우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시행착오를 겪은데 워낙 양이 많아 첫날 작업은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일과가 끝난 뒤 마을 양조장에서 받아 온 탁주에 보쌈과 싱싱한 겉절이를 먹으며 밤늦도록 이어지는 얘기는 피로를 잊은 듯 쉬 끝나지 않았다.

바른 먹을거리와 사라져가는 공동체 문화, 아이들의 교육문제까지, 여러 주제들을 넘나들며 이어진 이야기는 비록 시원하고 확실한 결론은 없었지만 '이 사회가 아직 살만하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각기 다른 재료들이 사람들의 수고를 거쳐 김치라는 놀라운 음식이 되듯이 저마다 다른 개인들이 김장이라는 주제 아래 함께 모여 어우러지는 시간, 그 고되지만 의미있는 어울림의 맛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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