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초보자가 겪는 재미와 아픔

등록 2004.11.23 17:02수정 2004.11.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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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리리링~ 삐리리링~"


새벽 다섯 시. 아직 창 밖은 어두운데, 적막을 깨는 모닝콜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댄다. 나는 모닝콜 소리에 자동적으로 깨어난다. 반쯤 감긴 눈으로 부랴부랴 운동 준비를 하고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며 함께 운동하는 분을 기다린다.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는 나의 아침 운동은 이렇게 시작된다.

요즘 나는 인근의 학교 강당에서 모여 운동을 하는 동호회에 가입하여 배트민턴을 시작하였다. 지난 9월부터 배드민턴을 시작하였으니, 벌써 석 달이 다 되어간다.

어려서부터 구기운동을 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운동은 긴장의 연속이다. 매일 아침 레슨이 시작될 무렵이면 긴장한 탓일까, 온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힘을 빼시고!"

어찌된 탓일까 코치의 구령에 더욱 힘이 들어가고, 멀리서 날아오는 셔틀콕을 맞추려 안간힘을 쓰노라면 온몸이 결리고 아프기까지 한다. 코치가 치는 셔틀콕이 날아오는 순간, 어떻게든 잘 쳐보려고 배운대로 어깨를 빼며 스윙 폼을 잡는 순간. 아뿔싸! 셔틀콕은 이미 내 이마에 '콕!' 박히듯 떨어지는 게 아닌가.


이 아픔! 이 무참함! 순간 내 자존심은 다 무너지고 무안해서 벌겋게 된 얼굴을 들지도 못한다. 아픈 내색도 못하고 말이다. 아! 초보자의 슬픔이여.

게임을 해 보면 그 슬픔은 더 해진다. 아무래도 잘 못하는 상대에게 자꾸 셔틀콕을 주는 것이 게임이니 당연히 내 쪽이 빈틈이 된다. 분명히 셔틀콕이 날아오는 데도 다리가 떨어지지 않아 멍하니 바라볼라치면 파트너에게 미안해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다행히 내가 운동하는 동호회에는 신입회원들이 많아서 서로의 고충을 이야기한다. 함께 담소를 나누며 마시는 커피는 그 어디에서도 맛 볼 수 없는 커피 한 잔의 즐거움이다.

a 배드민턴 레슨을 받고 있는 모습

배드민턴 레슨을 받고 있는 모습 ⓒ 허선행

"운동하신지 몇 년 되셨어요?"

내가 다른 분들께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그리고는 "그래 세월이 가야지, 연륜이 쌓여야지. 그래야 몸과 마음이 따로 놀아 무참해지는 일이 없겠지" "나도 몇 년 후면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거야"라고 혼잣말을 해 본다. 나는 다음날의 나를 기대하며 매일 새로운 아침을 맞는다.

나의 아침운동은 끊임없이 이렇게 계속 될 것이다. "이제 나이가 쉰을 넘었으니 관절을 조심해라. 무리하지마라. 쉬어가며 하라"고 아낌없이 조언을 해주는 남편, 동생, 친구들에게 그들의 걱정이 쓸데없는 것이었음을 보여주리라.

기분 좋으면 "우리 마누라 부지런도 해라"라고 말하다가도, 입에 맞는 반찬이 없으면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하러 간다고 "아이고 억세기도 해라"라고 이야기 하는 내 남편을 아침 운동에 꼭 동참하게 해서 초보자가 겪는 재미와 아픔을 꼭 맛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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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시작되는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로부터, 현직 유치원 원장으로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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