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민간복합도시특별법 공청회. 진술인 자격으로 참석한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왼쪽)이 기업도시 건설과 관련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성규
민간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하 기업도시법)을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재계 뿐 아니라 여야 의원들도 첨예하게 맞서며 좀처럼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한층 더 높은 수준의 규제완화를 요구하며 버티고 있는 반면, 시민단체는 도시개발의 공익적 성격을 망각한 규제완화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으며 대치했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업도시법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 건교위 소속 국회의원들의 의견마저도 서로 엇갈렸다. 당적과도 무관했다. 오히려 지역구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듯 했다. 여당 내에서도 지나친 특혜 제공을 문제삼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야당 의원 사이에서도 여당 의원들의 주장보다 더 친재벌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공청회를 기점으로 각당의 당론이 어떤식으로 조율될지 주목된다.
이날 공청회에 출석한 진술인 가운데 이광윤 성균관대 법대교수,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 이규황 전경련 전무 등은 대폭적인 규제완화를, 이우종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부분적인 수정을,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광윤 교수 "기업도시 건설, 손실 발생하면 정부가 보전해 줘야"
이광윤 성균관대 교수는 기업도시법에 명시된 규제조항을 전면 손질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 교수는 민간기업이 기업도시 개발을 통해 벌어들인 개발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했지만, 개발이익의 인센티브를 50%로 정하고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액의 전부를 정부가 보상해 주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로부터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토지수용권과 관련해서는 "50% 협의매수 뒤 토지수용 조건을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협의매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온기운 매일경제 논설위원도 비슷한 맥락의 진술을 했다. 온 위원은 기업도시를 벤처사업에 빗대며 "개발이익의 상당부분을 환수하겠다는 말을 거론하지 않거나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이 위험을 안고 투자한 만큼 그에 상당하는 대가가 지불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어 온 위원은 기업도시 건설과 다소 무관해 보이는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대해서도 "투자 전체금액에 대해서는 배제해 주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했고, 학교나 의료법인 모두 영리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익이 남는 교육·의료시설을 인정할 때 우수학생이 유치되고, 교육·의료의 질이 향상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시민단체로부터 비난받을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면 기업도시는 한낱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면서 "그럴 경우 자칫 기업들이 투자를 외면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건교부 출신 이규황 전경련 전무 "우리는 규제없는 도시 원한다" 주장
건교부 국토계획국장 출신인 이규황 전경련 전무는 이들 보다 한발더 나아갔다. 아예 규제없는 기업도시를 만들 수 있도록 정치권이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투자하는 기업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전술도 폈다.
이 전무는 특히 논란이 된 개발이익 환수와 관련 "현실적으로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개발이익이 없다"며 "개발이익의 70%를 환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데 그렇게 되면 이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은 기업도시 건설에 참여하기를 꺼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토지수용권 행사와 관련한 최소한의 제한 조치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토지수용을 위한 50% 협의매수비율을 폐지해야 현실적으로 토지소유자가 쉽게 협의에 응할 수 있게 돼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기업도시 개발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물론 초중등, 대학교, 의료기관까지도 자율적으로 운영토록 보장해 줘야 한다고 했다. 한마디로 교육·의료기관에 대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영리법인이 운영토록 허용, 교육·의료개방 시범지역으로 운영하자는 얘기다.
조명래 교수 "기술개발과 혁신한다면서 레저관광형 도시는 왜?"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전한 조명래 교수의 견해는 완전히 정반대였다. 그는 우선 기업도시가 무엇이고 건설 목적은 또 뭐냐는 등의 본질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기업도시의 실체조차 규정하지 않은 특별법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부동산 개발 지원인지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근거로 카지노 등 사행성 산업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기업도시형태인 관광레저형 도시를 기업도시특별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업도시의 한 유형에서 제외시켜 별도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의 기업도시에 가해진 규제가 전혀 없었다는 이규황 전무의 주장도 반박했다. 조 교수는 "외국의 성공적인 기업도시는 공공이 처음부터 기획해 공적으로 개발하고, 공공서비스의 공급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입주 기업들이 부동산 처분과 같은 생산 외적인 사업에 관심을 안 쏟고 기술개발이나 사업자체에 활동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목적으로 개발제도가 운영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 "기업도시는 기술혁신에 전념하는 도시"이라고 전제하고, "기업이 기업도시 건설을 명분으로 개발이익을 통해 이익 남기는 것은 오히려 산업자본이 부동산 자본에 예속됨으로써 장기적 경쟁력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떠난 건교위원, 지역구 사정 따라 견해 엇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