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견장을 지나다 우연히 참석하게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즉석에서 인사말을 하며 폐지 찬성의사를 밝히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의지 흔들리지 않으면 쉽게 폐지"
이 자리에선 23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의 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 유보 주장에 합의해 준 것에 대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기국회가 한 달 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국회에서 국보법을 처리하는 데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며 "열린우리당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으면 쉽게 폐지할 수 있지만, 어제 국보법 상정이 좌절된 것을 보면 굉장한 우려감이 든다"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또 "정기국회 후에 검토해보자는 것은 올해는 처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국보법 처리가 2004년을 넘기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혜숙 열린우리당 의원도 "국회에 들어와서 국보법 폐지 같은 일을 하려고 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야당의 발목잡기로 타협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당내 의원들의 성향이 다양하지만 민주노동당이 함께 해주고 있는 만큼 의지와 슬기로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같은 당의 장영달 의원은 "한나라당은 역사 바로세우기의 의무를 방기하고 있으며, 열린우리당 또한 부분적인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며 "개혁은 편안하게 하려 하면 되지 않는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도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국보법을 칼집에 넣어야 할 낡은 유물이라고 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강한 의지를 보였으나, 어제 (법사위에서) 상정이 안 된 것은 유감"이라며 "이 자리를 계기로 삼아 올해 안에 반드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현실적으로 올해에는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비관적인 견해가 있지만 결코 주저앉지 않을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불교위원회 공동대표인 진관 스님은 "노무현 정부가 국가보안법 폐지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국회의원들이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잔꾀를 부리다 결국 (국보법 폐지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국보법 폐지 문제가 18대 국회로 넘어가면 민주화 운동이 피 흘린 대가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때마침 회견장을 지나 국회 본청으로 들어가던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발걸음을 멈추고 전날 법사위 사태를 해명하기도 했다.
천 원내대표는 "어제 법사위원회에서 국보법 폐지를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여야간 합의 과정에서 늦어지게 됐다"면서 "혹시 우려할 분들이 있겠으나 국보법에 대한 우리당의 입장은 조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또 "민주주의와 인권 개혁의 성공을 바라는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국보법을 반드시 폐지하고, 국가 안보와 더불어 자유민주주의 핵심인 인권이 숨 쉴 수 있도록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