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국 '전문'을 강조하는 간판. 순대는 안 넣다가 원하시는 분들 때문에 넣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싫어하는 분에게는 넣지 않습니다.나영준
그래서 우리는 <6시 내 고향>을 보며 미소 짓고, 그 안 시골장터의 가보지 못한 국밥집을 그리워하는 것 같습니다. 좁은 식탁, 삐걱거리는 작은 의자지만, 그 안에서 옛 시절을 추억하며, '호호' 불어 먹는 따끈한 국물의 온기를 그리며 말입니다. 그래서 이 집은 날이 차가워져 가는 요즘에 더욱 정겹게 느껴집니다.
점심시간이 주변에 위치한 넥타이맨들의 차지였다면, 저녁은 손톱 밑이 까매지도록 육체 노동에 시달린 이들의 공간으로 변해 갑니다. "아시바(비계)를 타다 6층 밑으로 떨어질 뻔 했다"는 목수의 넋두리와 "아농(화공약품) 냄새에 술 안 마셔도 취해 지낸다"는 인쇄공장 공원(工員)의 한숨이 진하게 울려 퍼집니다.
취재(?)를 위해 찾은 지난 23일 저녁, 그런 그들을 보고 있다 문득, 안 좋은 일 때문에 실의에 빠져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다는 친구가 생각났습니다. 전화를 하니 역시 반쯤은 잠에 취한 목소리로 세상만사가 귀찮다고 합니다.
"그럼 집에 있어라. 참, 여기 순대국 집이야."
잠시 후, 득달 같이 달려 온 친구가 국물까지 추가로 청하고, 눈물 콧물 흘려가며 정신없이 퍼 먹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때려 죽여도 안 나올 놈 같더니, 잘만 먹네."
잠시 숟가락질을 멈춘 친구가 소매로 코 밑을 쓰윽 닦더니 말합니다.
"몰랐냐? 나 여기서 밖에 안 먹잖아."
거나하게 취해 가는 이들의 욕지거리가 푸짐해지고, 주인 아주머니는 식은 술국에 국물을 부어 다시 데우기 시작합니다. 어려운 경기에 일인분 6000~7000원의 삼겹살도 부담스러운 이들이, 5000원 술국 한 그릇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모습이 어둠 속에 묻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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