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에서 바라 본 만세산. 그 너머가 인왕산이다.안병기
누에 오른 왕은 시선을 어디에다 두었을까. 마음이 심란한 날엔 어쩌면 왕은 수면의 움직임에 눈길을 주었을 같다. 그 고요한 움직임에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말이다. 마음이 외로운 날엔 어디를 바라보았을까. 근정전 너머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저자 거리나 멀리 육의전 쪽으로 눈길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아침에 물안개 피어오르는 시간과 저녁에 인왕산으로 해가 넘어갈 적에 경회루가 가장 아름다우리라.
이렇게 해서 약 40여 분 간에 걸친 경회루 관람은 끝이 났다. 총체적으로 정리하자면 경회루가 있는 방지의 길이는 남북으로 113m이고 동서로 128m이다. 호안(護岸)은 두께가 40cm 가량 되는 장대석을 사용했다. 경회루가 서 있는 네모난 섬은 동쪽 호안에서 9.36m 떨어져 있으며 그 넓이가 동서로 38.98m이고 남북 길이가 50.42m이다. 그 섬에 정면 7간, 측면 5간 해서 35간이나 되는 2층 누마루 집을 세운 것이 경회루다. 경회루는 그렇게 한 척의 배처럼 연못 위에 떠 있다.
2층 누각을 받치는 돌기둥 숲을 헤치고 밖으로 나왔다. 돌다리를 건너와 다시 한번 돌아서서 돌기둥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건축물에는 그 구조를 지탱하는 기둥이 있다. 경회루에는 모두 돌기둥 48개가 있다. 사람도 일종의 건축물이라면 나라는 一物을 받치는 기둥은 몇 개나 될까. 내 삶을 지탱해주는 관계 혹은 기둥을 생각하며 경회루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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