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의 장벽에서' 삽화. '사상은 하늘을 나는 새들의 비행처럼 자유로운 것이다'신영복
'사상은 하늘을 나는 새들의 비행처럼 자유로운 것이다'
낡은 틀을 부수고 새로운 틀을 만들려는 분명한 구상이 없음이 위기다. 위기는 프랑스 혁명만이 아니다. 교훈은 현재 국내에서 논의하는 각종 개혁 법안들에도 해당한다. 그 중에서도 국가보안법은 낡은 틀로 와해되고 있다. 필요한 것은 분명한 구상과 실천이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이 넘는 옥살이를 한 작가의 교훈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 이유다.
한국이 독일 통일을 모델로 삼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의 하나로 통일 의지를 듭니다. 독일에서는 통일을 독립의 의미로 읽고 있었습니다. 교류와 협력을 통한 통일 노력은 독일 민족의 영광으로 나아가려는 전통적 의지의 연장이었습니다. 반면에 우리는 분단 상태로라도 얼마든지 번영할 수 있고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상은 하늘을 나는 새들의 비행처럼 자유로운 것이다.' 분단이란 땅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을 가르려고 하는 헛된 수고임을 깨닫게 하는 글귀입니다. 누군가 한글로 적었습니다. '우리도 하나가 되리라.'
독일의 통일 그것은 분명 우리가 모델로 삼을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꾸준한 교류와 협력을 통하여 먼저 민족적 신뢰를 이루어내어야 한다는 사실만은 배울 수밖에 없는 모델임에 틀림없습니다. – '베를린 장벽' 중에서-
국회, 국가보안법, 신행정수도, 도룡뇽, 수능…더불어 숲이 필요하다
교류와 협력 그리고 신뢰, 통일에도 동반에도 필요하다. 사상은 자유로운 것이라는데 그것을 통제하고 하늘을 가르는 헛수고는 대한민국에서 현재진행형이다. 통제할 것은 국가보안법이다. 베를린 장벽에 한글로 써있는 '우리도 하나가 되리라'는 말이 가슴을 저미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38선을 거둬내고 싶기 때문이다.
더불어 숲이 되려면 나무와 나무가 서로 모여야 한다. 나무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어깨동무를 하며 숲을 이룬다. 세상을 바라보면 '더불어 숲'이 필요한 곳이 많다. 흩어져 싸우는 국회가 그렇다. 국가보안법 논의가 그렇다. 신행정수도로 홍역을 치르는 나라가 그렇다. 지율스님과 도룡뇽이 그렇다. 수능사고의 수험생과 교육부가 그렇다. 결코 일방적이어서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 나무가 말하는 숲의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
"나무가 나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더불어 숲이 되어 지키자."
더불어숲 - 신영복의 세계기행, 개정판
신영복 글.그림,
돌베개,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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