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후천적 기억상실증

군국주의 일본을 찬탄하던 조선, 일본 비판 자격 있는가

등록 2004.12.01 14:30수정 2004.12.0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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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일본

본심이 변하지 않는 한 양의 탈을 쓴 늑대가 양이 될 수는 없는 것인가. 그치지 않는 망언파동은 물론이고, 신사참배,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 방위청 승격, 이라크 파병 등 일련의 모습은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이 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게 한다.

한반도 관련 문제만 보아도 MD체제 편입, 자위대의 선제공격권 허용 등은 일본이 미국의 대북 강경책에 편승해 재무장을 하기 위해 혈안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행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가망신했던 제국주의 일본의 역사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지, 주변국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위험한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군국주의의 말로가 무엇인가는 일본인들이 제일 잘 경험했을 터인데 그들은 정녕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조선일보>의 군국주의 우려, 진심일까?

이런 일본의 우려스러운 행보와 더불어, 나카야마 문부과학상이란 자가 "군대 위안부니 강제연행이라는 말이 (일본 교과서에서) 줄어든 것은 정말 잘된 일"이라며 "이를 바꿔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고 말한 데 대해 <조선일보>는 11월 30일자 사설을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나카야마 장관과 아베 간사장의 이런 발언을 합치면 그대로 군국주의 일본이 되살아난 것이다. 일본 전후(戰後)세대의 대표적 정치인이란 이들의 인식이 이 정도이니 일본의 평화국가가 되겠다는 다짐을 어느 이웃이 믿을 수 있겠는가.…


일본은 지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국력을 쏟고 있다.…역대 최고 밀월관계라는 미국을 등에 업고 하는 일이다. 그러나 일본 지도자들의 이런 역사 의식과 근린 국가에 대한 이런 불손한 언동으로선 어림도 없는 일이다..

- <조선일보> 11월 30일자 [사설] '현대판 일본 군국주의 부활하나' 중에서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일제시대 친일행적으로 비판받아온 것에 대해 반성이라도 하려는지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해 '불손한 언동'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리려 한다면 유엔 상임위는 어림도 없다는 지적은 맞는 말이다.

과연 조선일보는 진심으로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일까?

<조선>, 자위대는 '세계 평화와 안전에 기여'

지난 8·15에 조선일보는 특별 기획 기사로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을 연재했다.

[상] 세계로 뻗는 자위대 - 군사기술 세계최고...13년간 17차례 해외출병(8월 11일자)
[중] 미군의 '아시아 허브'로 - 일 정부, 미군 역할 확대 대대적 지원(8월 12일자)
[하] 굳건한 미-일 동맹 - "일본은 동반자" "미국은 후견인"(8월 13일자)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조선일보 기사에서는 일본의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보다는 군사대국 일본에 대한 무비판적 소개를 넘어선 일종의 경외감까지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최근 우려를 낳고 있는 자위대의 해외 파병에 대한 기사에서도 긍정적인 묘사가 나타난다.

지난 8월 11일자 <조선일보>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세계로 뻗는 자위대'.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비판 혹은 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8월 11일자 <조선일보>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세계로 뻗는 자위대'. 일본의 재무장에 대한 비판 혹은 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조선일보PDF

..1991년 4월 페르시아만 소해(掃海)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계 진출 횟수 17회다. 일본만 지킨다는 '전수(全守)방위'에서 '세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자위대로 바뀌었다.

- <조선일보> 8월 11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상) "군사기술 세계최고...13년간 17차례 해외출병" 중에서


'세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한다는 조선일보의 표현과는 달리, 이라크 파병을 비롯한 자위대의 해외 진출은 국제적으로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획기사에서는 자위대의 해외파병, 평화헌법 개정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동조일변도의 논조와 찬탄만이 나타날 뿐이다.

조선일보에 일 군국주의 비판 자격이 있는가

심지어 미국의 패권정책에 빌붙어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에 대해 일본의 국방력과 국제적 위상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긍정적 논조를 이끌어간다. 미국과의 동맹이라면 일본의 재무장에도 사족을 못쓰는 것은 조선일보의 본성인가.

..한국에서 주한미군의 감축계획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과 정반대로, 일본에서 주일 미군은 대대적인 시설확충 속에 역할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주일미군 재편을 계기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일체성은 한층 진전될 것이며 이는 곧 일본의 국방력과 국제적 위상을 더욱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일본의 리더들은 생각하고 있다.

- <조선일보> 8월 14일자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중) "일 정부, 미군 역할확대 대대적 지원" 중에서


지난 8월 광복절 특집 기사에서 무비판적으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추켜세우던 조선일보는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지 몇 달 후에는 정반대 얘기를 한다. 이처럼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조선일보의 본심은 무엇인가. 조선일보여, 비판을 하기에 앞서 우선 스스로를 돌아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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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8·15를 맞아 군국주의 일본을 배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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