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8·15를 맞아 군국주의 일본을 배우라

조선일보 [8·15 특별기획] 속에서 일본의 군국주의화 무비판적 찬양

등록 2004.08.19 19:49수정 2004.08.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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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게는 8·15가 패전 기념일인가

8·15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날을 기념한 국경일이다. 우리는 응당 8월 15일을 일제에 대항해 싸운 독립투사들의 숭고한 저항 정신을 기리며 독립과 자주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로 삼는다.

조선일보도 8·15를 맞아 특집기사를 기획하였다. 그러나 조선일보가 기획한 특집 기사의 내용은 위에서 설명한 8·15를 맞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와는 너무나 차이가 크다. 아니 오히려 대동아전쟁 패망일을 맞는 일본인의 정서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조선일보의 8·15특별기획기사 <돌아온 군사대국 日本>은 군사대국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한 일본을 찬탄과 시기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8·15를 맞는 한국인의 심정보다는 패망 후 제국의 부활을 꿈꾸어 오던 일본 군국주의 세력들에게 더 어울릴 기사인 것이다.

아시아의 자랑, 세계로 뻗는 자위대

조선일보의 기획기사는 8월11일에서 13일에 걸쳐 상·중·하 3편으로 나누어 연재되었다. 각 편의 표제부터가 기획기사의 전체적인 논조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上] 세계로 뻗는 자위대 - 군사기술 세계최고...13년간 17차례 해외출병(8월 11일자)
[中] 미군의 ‘아시아 허브’로 - 일 정부, 미군 역할확대 대대적 지원(8월 12일자)
[下] 굳건한 미‧일 동맹 - “일본은 동반자” “미국은 후견인”(8월 13일자)



상편의 표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조선은 활발한 해외 파병 활동을 하고 있고, 최고의 군사기술을 보유한 자위대의 모습을 찬탄하며 그들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논조로 그리고 있다.

본문 속에서 기고자 김경민 교수는 자위대 활동이 이제 ‘전수방위’를 넘어 ‘세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활동으로 바뀌고 있다고 평한다.


[일본이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이란 명분 아래 세계로 진출한 지 어언 13년. 1991년 4월 페르시아만 소해(掃海)활동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계 진출 횟수 17회다. 일본만 지킨다는 ‘전수(全守)방위’에서 ‘세계 평화와 안전에 기여하는’ 자위대로 바뀌었다. 이는 냉전 붕괴 후 국제사회에서 떨어진 일본의 전략적 가치를 회복하고 미국과의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 전략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의 필요와 맞아 떨어졌고, “함께 중동과 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에 공헌하자”는 얘기를 듣게 됐다. (조선일보 8월 11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상) <군사기술 세계최고...13년간 17차례 해외출병> 中)

조선일보 8월 11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상) 세계로 뻗는 자위대 - 군사기술 세계최고...13년간 17차례 해외출병
조선일보 8월 11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상) 세계로 뻗는 자위대 - 군사기술 세계최고...13년간 17차례 해외출병조선일보
그러나 자위대의 이같은 해외 진출 활동은 주변국들의 우려를 사기에 충분한 매우 위험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태평양 전쟁을 통해 동아시아 거의 전역을 무대로 일제 식민지를 건설하려 했던 일본 군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이다. 하지만 기사에서는 이같은 모습에 대한 비판 혹은 우려의 시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평화 헌법 개정에 대한 합리화 논리에 동조

일본 내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관련 기사([상편] 우측 하단에 위치한 <자위대 ‘정식군대’ 된다>)도 다를 바 없다. 정권현 특파원은 전쟁 포기와 전수방위 원칙을 명기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정식 군대를 가지려 하는 일본 내 동향에 대해 우려나 비판의 목소리보다는 이라크 파병을 통해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는 헌법 9조의 실상만 늘어놓으며 오히려 헌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전쟁 포기와 전수(專守)방위 원칙을 담고 있는 이 헌법 규정에 따르면 자위대는 정식 군대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일본의 개헌론은 냉전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전환을 계기로 탄력을 얻었다. (중략) 헌법 9조가 상징하는 ‘평화헌법’은 올초 이라크 파병이 이뤄지면서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다. (조선일보 8월 11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상) <자위대 ‘정식군대’ 된다> 中)

실제로 지난 12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일본이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서 헌법9조를 음미(吟味)할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처럼 미일간 공조를 통해 실제 헌법 개정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 하에서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무비판적인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일동맹 강화를 위한 일본의 모습을 배우라

조선일보는 [중편] <미군의 ‘아시아 허브’로 - 일 정부, 미군 역할확대 대대적 지원>에서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미군 지원 양상을 소개하면서 주한미군 지원에 미온적인(?) 한국정부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일본 자위관 사택 건설 경비가 대략 한화로 1억원이다. 반면 미군 사택 건설 경비는 3억원 정도. 손님 대접치곤 융숭하기 짝이 없다. 왜 주일미군사령관 사택에 목욕탕이 3개나 되는지 비판은 있지만, 국익을 위해 입을 꾹 다문다. 안보불안 때문에 수출에 차질이 생겨 경제가 나빠지면 더 손해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8월 12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중) <일, 미군 지원예산 연 7조> 中)

조선일보 8월 11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중) 미군의 ‘아시아 허브’로 - 일 정부, 미군 역할확대 대대적 지원
조선일보 8월 11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중) 미군의 ‘아시아 허브’로 - 일 정부, 미군 역할확대 대대적 지원조선일보
안보불안과 경제 불안 그리고 국익 개념은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으로 조선일보가 줄곧 역설해 온 근거와 일치한다.

조선일보는 일본 정부와 주일미군 사이의 긴밀한 협조 관계를 내세우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한국 내에서의 미군 철수 움직임에 대해 일침을 놓고 한국 밖으로 나가려 하는 미군의 바짓가랑이를 잡기 위한 한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듯 한다.

조선일보의 한국 내 주한미군 철수 움직임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과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은 다른 기획기사 속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주한미군의 감축계획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과 정반대로, 일본에서 주일 미군은 대대적인 시설확충 속에 역할이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중략) 주일미군 재편을 계기로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일체성은 한층 진전될 것이며 이는 곧 일본의 국방력과 국제적 위상을 더욱 강화시켜줄 것이라고 일본의 리더들은 생각하고 있다. (조선일보 8월 14일 [8·15 특별기획 돌아온 군사대국 일본] (중) <일 정부, 미군 역할확대 대대적 지원> 中)

게다가 위에 인용된 기사 속에서 볼 수 있듯이 조선은 미일동맹에 대한 지지에 가까운 논조도 숨기지 않는다. 현재 한반도에서의 미일동맹은 97년 합의된 미일신가이드라인과 98년 미사일방어체제(MD) 기술연구 합의, 2003년 이라크 전쟁지지 표명 등으로 한반도 긴장 조성에 이바지하고 있는 전쟁 동맹의 모습을 띠어 가고 있다.

게다가 작년 6월 노무현 대통령 방일 기간 중 합의된 유사법제 3법으로 인해 한반도 유사 사태시 일본의 개입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공고화되는 미일동맹을 소개한 기사 속에서 미일간 긴밀한 공조 속에서 위협받는 한반도 평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8·15의 이름을 빌린 조선일보의 기만적인 '민족지' 행세

8·15를 맞이해 조선일보가 기획한 특별 기사라지만 기사 속에서 군사대국화 되어 가는 일본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시각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과거 일본 군국주의 망령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위대 해외 파병과 평화헌법 개정, 미일 동맹 강화에 대한 무비판적인 소개와 동조 일변도의 논조, 찬탄과 시기의 심정만이 가득 차 있다.

최근 친일진상 규명 문제가 정국의 화두가 되면서 과거 조선일보가 보였던 친일매국 행위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과거 친일매국 행위보다 더 중요한 청산의 과제는 현재의 친일‧친미 행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선일보의 8·15 기획 기사 속에서 과거의 자기 행태를 오히려 더 자기 확신을 가지고 되풀이하고 있는 조선의 모습만 보게 된다.

조선은 과거의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현재의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생존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라도 민족적인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다. 8·15의 이름을 빌린 조선일보의 기만적인 ‘민족지’ 행세를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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