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나는 직접 현상하고 인화해!

[그곳에 가면]아날로그적 감성을 간직한 사람들의 공간, 대학로 암실카페

등록 2004.12.02 04:22수정 2004.12.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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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라는 매체가 오늘날처럼 널리,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은 적이 있을까? 이제 사진은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수단이 되었다.

인터넷과 디지털 카메라의 만남은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사진을 찍고 보여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찍고 바로 확인하고 추가의 경제적 부담 없이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른바 디지털 문화의 축복인 셈이다.


하지만 요즘도 여전히 필름카메라를, 그것도 흑백으로 찍고 인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왜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마다하지 않을까? 그들에게 그 까닭을 듣고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직접 현상과 인화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대학로에 위치한 포토카페 '암실(http://amsil.co.kr)'.

a 벽마다 사진이 가득한 실내. 무료로 전시회를 열수도 있다.

벽마다 사진이 가득한 실내. 무료로 전시회를 열수도 있다. ⓒ 심은식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자신이 찍은 필름을 직접 현상하고 인화가 가능한 암실을 갖추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손님들이 직접 현상하고 인화한 사진들이 붙어있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a 벽 쪽에 위치한 암실. 내부마다 확대기와 수도가 설비되어있다.

벽 쪽에 위치한 암실. 내부마다 확대기와 수도가 설비되어있다. ⓒ 심은식

들어가 보니 마침 손님인 듯한 아마추어 사진가와 모델이 한쪽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역시 사진카페로구나 싶어 하며 실내의 사진을 찍기 위해 플래시를 터뜨리자 옆에서 어떤 분이 어깨를 톡톡 치며 조언을 해준다.

“이봐 젊은이, 빛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 빛을 이용해서 찍어야 사진이 늘어. 그렇게 스트로보를 쓰면 실력이 안 늘어.”


a 자신이 찍은 필름을 현상중인 회원.

자신이 찍은 필름을 현상중인 회원. ⓒ 심은식

이처럼 아마추어 사진인들의 사랑방이자 작업공간으로 사랑받는 이곳의 주인장은 김도한(33)씨. 사진학과 출신일까 싶었지만 대학에서 디자인을,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한 사진 비전공자이다. 어떻게 이런 사진전문 카페를 차릴 생각을 했냐는 질문에 “무작정 사진이 좋아서”라고 답하는 이 멋진 주인에게 필름사진과 암실작업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필름의 가장 큰 맛은 기다리는 거죠.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하지만 직접 보기 전까지의 마음 졸임, 암실에서 직접 모든 과정을 거치면서 생기는 애착, 말 그대로 자신이 사진을 창조해내는 주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로 정기회원으로 등록해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도 비전공자가 2/3가 넘고 그 가운데서도 절반은 이곳에서 암실작업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라고 한다. 사진에 대한 관심과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어우러진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이곳의 회원인 여운경(48)씨는 사진을 사랑하는 일반인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직접 암실 작업을 할 수 있는 이런 공간자체 역시 큰 매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경영이 어려워 몇 번이고 문을 닫으려하는 것을 자신을 비롯한 손님들이 억지로 막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장소가 또 있냐고 물었더니 간단한 스튜디오 정도 시설을 가진 곳은 있지만 일반인이 본격적인 암실작업을 할 수 있는 곳은 이곳이 거의 유일하다고 한다.

a 루페를 통해 필름을 들여다보는 안장호(36)씨. 사진이 취미인 그는 주중에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루페를 통해 필름을 들여다보는 안장호(36)씨. 사진이 취미인 그는 주중에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한다. ⓒ 심은식

“우리 머리는 디지털로 바뀌어도 가슴은 아날로그야. 바로 확인하는 디지털은 기대감이라는 게 없잖아. 도박에서 잃을 때도 있듯 원하지 않는 사진이 나오기도 하지만 암실작업에서 인화지 위에 제대로 된 상이 떠오를 때의 그 쾌감은 정말 끝내주거든.”
역시 암실작업의 매력에 푹 빠진 분이다.

작업과 대화 도중에도 친절히 답변을 해준 여러 손님들. 시각적으로 눈길을 끄는 사진이 아니라 십년, 이십년이 지나도 간직하고 싶은 사진을 찍고 싶다는 이들. 덧붙여 비단 암실작업이나 사진 얘기뿐이 아니라 이런저런 살아가는 얘기도 나누는 손님이 더 반갑고 좋다는 주인장의 말은 이들이 왜 아름다운 아날로그 중독자들인지 짐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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