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2명 더 데려오고 싶지만..."

입양아 5명과 함께 사는 이영선 목사 부부의 '떡과 사랑의 집'

등록 2004.12.02 15:38수정 2004.12.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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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과 사랑의 집' 아이들. 왼쪽부터 이진하(3), 이진우(4), 가운데 김미현씨가 아들 이진서(2)를 안고 있고, 마지막 오른쪽 이진주(5).
'떡과 사랑의 집' 아이들. 왼쪽부터 이진하(3), 이진우(4), 가운데 김미현씨가 아들 이진서(2)를 안고 있고, 마지막 오른쪽 이진주(5).임성식
2000년 1월 추운 겨울 이영선(47) 목사 부부가 전북 군산에서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 삼전2리, 이곳으로 자리 잡기 위하여 처음 왔을 때는 낡은 건물 하나만 덜렁 있어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남들이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인건비 등을 아끼려고 자재를 구입해서 손수 조립식 건물을 짓고 밤에는 촛불을 켜고 일을 하면서 엄동설한 추운 겨울에 무척 고생했다.

집 짓는 일에 전문적 기술이 전혀 없는 사람이 뚝심 하나로 집을 손수 짓다보니까 지금도 천장에서 물이 새 양동이를 갖다 놓았다.

군산에서 판잣집 같은 낡은 천막집에 영세한 신문지국을 운영하면서 신문배달과 폐휴지를 수집하여 모은 돈으로 지금의 부지를 확보하여 이사온 것이다.

아이들이 비닐하우스에 있는 오리와 닭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아이들이 비닐하우스에 있는 오리와 닭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임성식

"자연은 우리 아이들의 양식이고 삶의 중요한 에너지"

이런 외진 산골을 택한 이유에 대하여 이 목사의 부인 김미현(31)씨의 말은 이렇다.


"아이들을 자연친화적이고 무공해 삶 속에서 키우고 싶었습니다. 자연과 호흡하고 동식물을 벗삼아 무공해로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고 지금 현재 그렇게 자라고 있다. 무공해 식물, 그리고 그 무공해 식물을 먹고 자라는 가축들에게서 얻어지는 것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양식이고 삶의 중요한 에너지입니다."

군산에 있던 99년에는 이진전(당시 1세) 한 명만을 처음 입양하여 이곳으로 데리고 왔다. 지금까지 입양한 아들은 모두 5명이다. 친아들 1명 포함하여 모두 6명의 아들을 두고 있는 대가족이다.


입양기관으로부터의 입양은 원칙적으로 친자를 포함하여 5명만 가능한데 막내 이진서(2)는 특별승인을 받아 작년에 입양했다. 앞으로 2명 더 입양하고 싶은데 여러 가지 복잡한 법률규정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집 마당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아들 진우를 안아주며 즐거워하고 있는 김미현씨
집 마당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아들 진우를 안아주며 즐거워하고 있는 김미현씨임성식

"입양을 통해 행복과 웃음 찾을 수 있고, 놀라운 제2의 인생을 경험"

요즈음 같은 세상에 친자식이라도 하나 키우기 어렵다고들 하고, 일부이지만 어떤 부부는 자식을 길거리에 버리는 세태 속에 이곳은 아이들을 위한 희망의 집이다.

김미현(31)씨는 많은 아이들을 입양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우리 부부의 입양은 선행이라는 차원을 넘어 우리가 가족을 이루어 나가는 한 가지 방법이었습니다. 목사님은 한 번 이혼이라는 가정 해체의 아픈 경험이 있었고, 저는 어릴 적 돌아가신 아버지로 인해 한 부모 밑에서 자라야 했던 시절을 경험해 봤습니다.

그러한 지나온 가슴 아픈 시간들이 우리 자신들을 설득해 왔습니다. 너희처럼 가정의 소중함을 알아야 할 어린 생명들의 가족이 되어주라고…. 물론 거기에는 인생살이를 통한 깨달음과 결단 이외에도 신앙이 밑바탕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일입니다."

"누구나 생각을 조금만 환기시켜도 시설에서 자라야 할 한 아이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것은 행복과 웃음입니다. 많은 입양 가정이 입양아로 인해 놀라운 제2의 인생을 경험하며 살고 있습니다. 행복과 웃음을 맛보기 위해 반드시 양부모들은 입양아를 위한 헌신과 인내를 감수해야 합니다. 그것은 입양의 필수 조건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양부모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입양을 통해 얻은 자식들도 나 자신의 분신임을 고백할 순간이 오면 아이들에 대한 무한한 믿음과 헌신을 약속하게 되는 것이지요. 마음으로 결심하기가 어려운 것이지 한 아이 만나 사랑하고 싶다는데 그것을 막을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영선 목사 부부는 나이가 10년 넘게 차이 난다. 그들의 결혼에 대하여, 그것도 아들 하나 딸린 남자에게 시집간다고 했을 때 김미현씨 친정집에서는 반대가 무척 심했다. 99년 진전이를 시작으로 아이들을 한 명 두 명 입양해서 아이들을 친자식처럼 키우다 보니까 이제는 친정 엄마도 잘 이해해주고 있다.

이영선 목사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밝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이영선 목사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밝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임성식

"사랑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떡과 사랑의 집'은 어떠한 후원단체 없이 전적으로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남들처럼 욕심을 부리면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주변 밭에 채소 등을 무공해로 손수 재배하여 자급자족하고 있다. 아이들 교육은 유아교육을 전공한 김미현씨가 담당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특별히 경제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친자식들도 키우기가 힘들다고 하는 세태에 돈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또한 돈이 없어도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며 살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어린 나이지만 형제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힘이 되어 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으로 흐뭇하다고 한다. 자신들도 아직 어리지만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같이 놀아주고 자연 속에서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더욱 보람을 느낀다.

논산시내 아파트 방 안에서 하늘생각선교원 놀이방을 작년 11월부터 해오다가 지난달 13일 지금 내동초등학교 앞으로 옮겼다. 원생은 목사부부 아이들 5명을 포함하여 30명이 다니고 있다.

이곳 어린이집 운영은 아이들에게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주고 사회성을 길러주기 위해 어려운 살림에 빚을 내서 운영하고 있기에 지금 계속 적자라고 한다.

어린이집 아이들은 목요일마다 '떡과 사랑의 집'을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어, 자연에 대한 이들 부부의 독특한 교육관과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지금 첫 입양아인 아들 진전(6)이는 '떡과 사랑의 집'에 없다. '가와사끼'라는 병으로 건양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고 있다.

이번 주 월요일 갑작스럽게 발병하여 평화롭기만 했던 이들 부부는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현재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 목사 부부는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부모 입장에서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곳 없지만 진전이는 입양한 첫 아들이기에 이들 부부에게는 각별하다.

5형제 중 진전이는 늘 동생들한테 다정다감하며 의젓하게 대하곤 했다. 그래서 지금 동생들은 그런 형이 없는 빈 공간을 느끼고 있는지 형아 어디 갔냐고 자꾸 보채 물어봐 가슴이 더욱 아프다고 한다.

이곳은 시내와 많이 떨어진 산골이다 보니 아이가 감기 같은 병 등으로 아프기라도 하면 괜히 미안하고 입양해서 고생만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들어 괴롭다고 한다. 지금 아들 진전이가 병으로 누워 있어 엄마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진전이가 병원에 입원했어요

▲ 지금 첫 입양아인 진전이가 ‘가와사끼’라는 병으로 건양대학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 이영선 목사가 아들 진전이를 극진히 돌보고 있다.
ⓒ임성식

지금 첫 입양아인 아들 진전(6)이가 '가와사끼'라는 병으로 건양대학교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에 갑작스럽게 발병하여 이들 부부에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현재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 목사 부부는 깊은 시름에 잠겨 있습니다.

'가와사끼'는 심장근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손상되어(혈관 염으로 인한) 동그랗게 부풀어오르는 현상인데 무서운 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일 관상동맥이 터지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답니다.

지금으로서는 직접적인 치료약과 치료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고단위 정맥용 감마글로부린, 아스피린 등으로 관상동맥류만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또한 치료비가 고가로 의료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이들 부부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이영선 목사와 평소 동생들을 무척 좋아했던 의젓한 큰아들 진건(19)군이 진전이를 극진히 간호하며 건양대학교 병원에서 밤을 지새며 하루빨리 쾌유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 임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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