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출신 심사위원 '사회환원' 알고도 눈감았나

임형두 전 방송위원 "98년 축소 결의 알지 못했다"

등록 2004.12.04 00:35수정 2004.12.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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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BS 목동 사옥.

SBS 목동 사옥. ⓒ SBS

사회환원 약속파기 등으로 재허가 추천이 지연되고 있는 SBS가 이번에는 2001년 재허가 과정을 둘러싸고 불법 논란에 휩싸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3일 성명을 통해 "SBS 상무 출신 심사위원이 2001년 재허가 과정에서 SBS의 '사회환원 약속 파기'를 알고도 눈감았다"면서 "심사위원으로서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사실상 배임행위"라고 주장했다.

SBS 상무출신 방송위원 2001년 재허가 심사

논란의 당사자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월까지 제1기 방송위원(비상임)을 지냈고 2001년 지상파 재허가 심사 당시 심사위원으로 뛰었던 임형두 전 SBS 상무. 동양방송(TBC) PD 출신의 임 전 위원은 80년 언론통폐합 때 KBS로 소속이 바뀌었다가 91년 SBS TV제작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TV제작담당 이사, 편성제작본부 상무를 지낸 뒤 93년 3월 TV제작본부 상무를 끝으로 사직했다. 특히 임 전 방송위원은 SBS가 사회환원 규모를 축소한 대신 현금 1.5% 주식 1.5%의 주식배당을 결의한 문제의 98년 3월 9일 주주총회에서 해임됐다. 당시 주주총회 의사록에 따르면, 임형두 전 방송의원 등 SBS 상임이사 5인은 같은 날짜에 해임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해임 사유는 임기만료가 아닌 사의 표명으로 적혀있다. 출석주주들은 이사해임 안건 처리에 이어 곧장 새 이사선임 건을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 자리에서 선임된 이사는 현재 상임 방송위원인 박준영 SBS 당시 제작본부장 전무 등 2명이다.

따라서 임형두 전 방송위원이 SBS의 15% 사회환원 약속을 모를리 없었다는 게 언론노조의 주장이다. SBS는 이보다 앞서 93년 8월 5일 제8차 이사회에서 세전 이익금의 15% 장학재단 출연 등을 포함한 공익재단 설립추진건을 의결한 바 있다. 그때 SBS TV제작담당 이사로 임원이었던 임형두 전 방송위원은 사회환원 제반 내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임형두 전 방송위원은 SBS의 세전 이익 15% 사회환원 의결과 98년 주주총회 축소결정, 이후 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실 등을 2001년 재허가추천 심사 당시 알고 있었음에도 제기하지 않았다"며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SBS의 허가조건 불이행을 눈감아준 업무상 배임행위"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이와 관련한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국정조사나 청문회, 감사원 감사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만약 임 전 방송위원이 사회환원 파기 등을 알고도 제기하지 않았다면 엄정한 수사로 시시비비를 가려 잘못에 대한 법적 처벌을 해야한다는 게 언론노조의 주장이다.


언론노조 "규제기관에 사회환원 축소 알리지 않고 재허가 받았다"

SBS의 법률위반 행위도 도마에 올랐다. 사회환원금 축소를 주주총회에서 결의한 사실을 방송위원회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번 재허가 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 SBS는 이와 관련, 지난달 16일 각 언론사에 보낸 해명자료를 통해 "관계당국과 사전상의를 하지 못한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SBS의 사회환원 약속을 방송허가의 전제조건으로 해석하는 언론노조로서는 그 조건의 이행여부 역시 재허가 추천 여부를 판단하는데 주요한 법률적 기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98년 주주총회 내용을 규제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면 2001년 재허가 심사과정에서 이를 당연히 보고했어야 한다는 게 언론노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SBS는 이번 재허가 과정에서 드러날 때까지 사회환원 이행과 관련한 보고를 방송위원회 등 규제기관에 전혀 하지 않았다. "매년 큰 규모의 주주배당을 실시했던 SBS로서는 사회환원 축소를 고의로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언론노조는 주장했다. 고의성이 명백한 기만행위이자 부정한 방법으로 재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방송법 제18조(허가 승인 등록의 취소)는 "방송사업자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변경허가·재허가를 받거나 승인·변경승인·재승인을 얻거나 등록·변경등록을 한 때 정보통신부장관 또는 방송위원회가 각각 허가·승인 또는 등록을 취소하거나 6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서 언론노조는 "2001년 지상파 재허가 과정과 결과는 총체적 불법"이라며 "당시 재허가를 둘러싼 방송위원과 SBS의 위법사실에 대한 진상규명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언론노조는 ▲90년 허가당시 대국민 약속을 저버리고 ▲방송위원회를 속였으며 ▲방송법을 어기고 ▲미이행 사회환원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SBS 재허가 추천을 반대했다. 2001년 재허가의 법률적 효력은 오는 31일까지 유효하다.

임 전 방송위원 "98년 축소 결의 알지 못했다"

이같은 언론노조 주장에 대해 임형두 전 방송위원은 3일 밤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001년 재허가추천 심사는 공정하게 이뤄졌다"며 의혹 제기를 일축했다.

임 전 방송위원은 SBS의 15% 사회환원 약속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98년 축소결의 이후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98년 주주총회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당시 의결내용을 잘 모른다"고 전제한 뒤 "그뒤 사회환원금을 계속 냈는지 안냈는지 어떻게 알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SBS가 약속했던 사회환원금을 충실히 내는 것으로 알았고 의심할 바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2001년 재허가 추천심사와 관련, 그는 "심사대상에 사회환원 항목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방송위원회 사무처 자료에는 자세한 내용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방송위원 심사자료에는 관련 항목이 없었다"면서 "만약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자료를 수시로 접하는 상임위원들 몫이지 비상임위원들은 정보제공도 원활하게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SBS 사회환원 약속파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유감도 나타냈다. 그는 "SBS의 사회환원 약속은 선언적 의미로 법적 조항이 아니다"고 강조한 뒤 "대국민 약속이니까 앞으로 잘 지키라고 경고하고 끝내야 되는데 자꾸 사회이슈로 되는걸 보면 우습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위원회가 정치권과 시민단체 눈치를 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2001년 당시 재허가추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조강한 전 방송위원은 "사회환원 약속 자체가 있었는지 방송위원회 전체가 몰랐다"고 해명했다. 조 전 위원은 이날 밤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심사조건에 사회환원 약속이행 여부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며 "방송허가장에 명시돼 있었다면 알았겠지만 공보처 등에서 넘어온 자료에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방송평가위원회를 만들어서 방송운영과 편성, 프로그램 평가 등 세부적 평가수치를 처음으로 재허가에 반영했다"면서 "그때 SBS가 불륜, 저질시비 등으로 심의에 많이 걸려 점수가 많이 좋지 않았으나 커트라인은 넘어섰다"고 회고했다. 또 "당시 청주방송, 전주방송, 울산방송 등 3사가 점수가 낮아 조건부로 재허가를 추천을 받았던 게 관심거리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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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운동협의회(현 민언련) 사무차장, 미디어오늘 차장, 오마이뉴스 사회부장 역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현재 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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