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8대 절경 중의 하나, 베트남의 하롱(下龍) 베이

용이 지금도 외적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바다 속에 살고 있다는데...

등록 2004.12.06 11:27수정 2004.12.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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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에서 약 3시간 30분 정도를 버스로 이동해서야 우리는 하롱베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버스의 속도라면 아마도 2시간 남짓 걸릴 거리인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베트남에서는 그곳 사람들이 표현하는 공관(제복을 입은 공무원)이 보이면 시속 50~70km를 넘지 않게 달리기 때문이다. 제법 달리는 듯하다. 버스가 기어가면 영락없이 그곳에 공관이 있었다.

덕분에 베트남의 주변 경관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사진도 찍으면서 갈 수 있어서 좋았다.


하롱베이로 가기 직전 잠깐 시장에 들렀는데 우리와 비슷한 모습도, 특이한 모습도 있었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긴 장대를 연상시키는 모습의 사탕수수를 깎아서 파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카메라의 시선을 부끄러워하는 여인이 인상적이었다.

a 다른 채소들과 함께 사탕수수를 팔고 있는 여인

다른 채소들과 함께 사탕수수를 팔고 있는 여인 ⓒ 조선희


a 해먹에서 낮잠 자는 모습을 찍으려는 순간 어찌 알고 눈을 떠 보이는 아줌마

해먹에서 낮잠 자는 모습을 찍으려는 순간 어찌 알고 눈을 떠 보이는 아줌마 ⓒ 조선희

시장은 마치 우리의 남대문 시장을 연상시켰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은 오침이 생활화 되어 있는 베트남인지라 여기저기에 장사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듯 해먹(Hammock)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낮잠을 즐기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a 프링스 지배를 받은 탓인지 바게트 파는 곳이 눈에 많이 띄었다.

프링스 지배를 받은 탓인지 바게트 파는 곳이 눈에 많이 띄었다. ⓒ 조선희

가이드가 설명하던 베트남의 여러 가지 과일들, 특히 장의 찌든 때와 노폐물을 제거해준다는 설명에 많은 일행들이 선인장과에서 나오는 과일인 '용과'를 많이 샀다. 우리는 하롱베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해 버스에 다시 몸을 싫고 하롱베이만으로 향했다.

배에 오르자 멋진 절경을 보려면 2층으로 올라가보라는 가이드의 말에 우리 일행 모두는 자리를 옮겼다. 사진에서 보았던 3000여 개의 환상적인 섬, 마치 병풍을 연상시키는 돌섬들의 행렬을 상상하면서….

a 마치 바다의 수석을 전시해 놓은 듯한 모습의 돌섬을 둘러보는 유람선

마치 바다의 수석을 전시해 놓은 듯한 모습의 돌섬을 둘러보는 유람선 ⓒ 조선희


a 마치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입맞춤을 하고 있는 듯한 형상의 돌섬

마치 두 마리의 강아지가 입맞춤을 하고 있는 듯한 형상의 돌섬 ⓒ 조선희

하롱베이 홍보사진에서 본 돌섬을 열심히 찾았는데 보이질 않았다. 물어보았더니 지금은 수심이 높아져, 가운데 구멍 부분이 잠겼다고 한다. 아쉬웠지만 이어지는 돌섬들의 모습들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이곳 하롱베이는 아득한 옛날 외적이 침략을 받았을 때 하늘에서 용들이 내려와 용들이 바다 위에 폭풍우를 쏟고, 격렬한 풍랑을 만들어 외적들을 격퇴했다고 한다. 그때 쏟아 부은 천둥, 번개, 그리고 용의 몸부림이 현재 떠 있는 수많은 섬으로 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명도 '용이 강림했다'는 하룡(下龍)이라고 불리는 하롱베이의 얽힌 전설과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섬들을 둘러보던 중 우리는 점심을 위해 '다금바리' 한 마리를 잡았다.

a 방금 잡은 다금바리, 15kg정도의 아주 큰 놈으로 20명이 먹기에 충분했었다.

방금 잡은 다금바리, 15kg정도의 아주 큰 놈으로 20명이 먹기에 충분했었다. ⓒ 조선희

다금바리를 잡는 동안 어린 아이를 태운 베트남 아줌마와 젖을 물린 엄마와 어린 동생을 태운 소녀가 우리 배 주변에 바짝 대며 나지막이 1달러를 외쳐댔다. 보기에 안쓰러워 여인이 배에 바짝 붙였을 때 조심스레 1달러를 건넸다.


a 아이는 누워있고….나지막이 1달러를 외치던 이 여인의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이는 누워있고….나지막이 1달러를 외치던 이 여인의 눈빛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 조선희

베트남 소주와 곁들인 선상 점심 식사 또한 추억 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다금바리회, 삶은 조개, 게, 새우, 그리고 튀긴 생선과 춘권, 아까 시장에서 산 '용과'를 후식으로 점심 식사를 끝내고 주변을 다시 한번 들러보았다. 소주 탓인지 이어지는 섬들은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돌아오는 길에 하롱베이에 있는 '천궁동굴'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1년에 한 번 선녀들이 와서 목욕을 하고 간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고 한다. 이 천궁동굴은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석회암 동굴로 처음에 원숭이가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가 발견을 하였다고 한다.

a ‘천궁동굴’ 들어가는 입구

‘천궁동굴’ 들어가는 입구 ⓒ 조선희

너무나 신기하면서 아름답기도 하고 어떤 것은 무섭기까지 한 여러 가지 형상의 석회암들 또한 내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a ‘천궁동굴’ 안에 있는 여러 모양의 석회암.

‘천궁동굴’ 안에 있는 여러 모양의 석회암. ⓒ 조선희


a ‘천궁동굴’ 입구에서 내려다 본 하롱베이의 모습

‘천궁동굴’ 입구에서 내려다 본 하롱베이의 모습 ⓒ 조선희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환상적인 바위섬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파도도 일지 않는다는 아름다운 하롱베이.

이어지는 여러 폭의 동양화를 뒤로 하고 우리의 유람선은 하롱베이만으로 향했다. 호텔로 돌아와 야외 수영장에서 잠시 수영을 즐기고 중국식으로 저녁 식사를 끝내고 내일 방문할 앙꼬르왓트에 대한 기대를 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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