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나 까치밥(찔레열매) 너덧 개 놓아두면 꿩이 멀리 날지 못하고 퍼득퍼득 땅을 기었다.김용철
싸이나 콩에 넣고 농약 묻혀 밭가에 두고 달음박질로 장끼와 까투리 사냥
토끼 사냥 못지않게 꿩 사냥은 정성이 들어간다. 김제나 나주평야는 눈밭에 벼 알 주워 먹으러 쏘다니는 꿩이 표적이다. 아이들은 무작정 지평선이 보이는 들로 나갔다. 혼자도 좋고 서너 명만 있어도 가능한데 앞만 보고 날고 기어가는 꿩을 잡는 비결은 간단하다.
속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고는 앞만 보고 꿩 꽁무니를 따라 마구 뛴다. '푸드덕' 한 번 날면 쉬지 않고 달린다. 가까워지면 또 날아간다. 길어봐야 80m 이내다. 다시 뛰고 멈추기를 반복하면 필시 꿩은 몸이 무거워 눈밭에 머리를 박고 오리가 자맥질하듯 발을 동동구리며 허우적대는 원시적 사냥의 전형이다.
내 고향 백아산(전남 화순 북면에 소재, 810m. 마당바위와 빨치산의 고장)이나 지리산에서는 사뭇 다르다. 형제끼리 호롱불 켜놓고 작업을 하는데 못 대가리를 쳐버리고 납작하게 송곳을 만들어 콩알을 하나하나 뚫어야 한다. 하얀 '싸이나' 수산화나트륨 나눠 넣고 촛농으로 밀봉하거나 냄새가 없는 농약-다이아매크론에 서너 시간 담갔다가 눈 녹은 밭가에 서너 개씩 뿌려놓으면 새하얀 눈밭에 찬란한 벼슬과 부리, 총천연색 무지갯빛 장끼나 까투리 획득했다.
사나흘 지나 나무하러 갈 때 자신이 놓아둔 자리 주위를 돌아보면 내장에서 촛농이 녹고 독이 퍼져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푸드득 푸드득 꼬꾸라진다. 욕심쟁이는 쥐덫 채기를 놓아서 잡는 수도 있었다.
그때는 맹독성 농약인들 독극물인들 가리지 않고 내장을 버리고 토끼탕과 다름없이 참기름 넣고 자작자작 볶아서 두고두고 먹는다. 떡국이나 무국, 미역국, 토란국 따위 맑은 국 끓일 때 빠지지 않았으니 꿩고기를 닭에 비교하면 서럽다 한다. '꿩 대신 닭'이란 떡국이나 만두소 기본 재료가 되었으니 그 맛을 어찌 따지겠는가.
새총을 들고 감나무자락에 붙어 있는 참새 괴롭히고 연기 통 부대자루로 막아 굴뚝새나 뱁새 한두 마리 건지기도 했고 성냥골과 사금파리, 차돌, 유리를 깨서 우산대 기다랗게 총구로 대신하고 국방군과 빨치산의 처절한 전투 끝에 탄피 즐비했으니 사제 총 만들기는 중학생이면 어렵지 않았다. 산탄이 고라니, 노루 다리에 맞아 절면 한 마리 질질 끌고 오는 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