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정통무협 단장기(斷腸記)- 72회

등록 2004.12.08 07:51수정 2004.12.0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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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령부는 일곱명으로 조직되었고, 금의위 소속으로 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금의위와 상관없는 조직임.

군령부(軍令剖) 수뇌는 담명(曇明)이란 인물로 그는 남옥(藍玉) 대장군(大將軍) 휘하에서 이십팔세의 나이로 부부장(副副將)에 오른 바 있고, 그 다음해 군령부 수장을 맡은 바 있음.


또한 목영(沐英) 장군 휘하에 있었던 강중(姜仲)이란 인물이 부장(副將)으로 담명을 보좌했음. 담명은 홍무 25년 초 군령부의 수장직을 사임하고 고향인 강소성(江蘇省) 소주(蘇州)로 낙향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그가 사임한 지 사개월 후 군령위는 해체되었음.

담명이 사임한 이유는 기록되지 않아 알 수 없으나 군령부 해체 후 바로 남옥대장군의 숙청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남옥의 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임. 강중은 담명이 사직한 후 사개월 동안 군령부의 수장을 맡고 있었으나 군령부 해체 후 그의 신원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음.

금의위 최고 지휘관인 도독(都督)의 경우에도 군령부에 명령권이 없었고 황실에서 직접 명을 내린 것으로 보아 균대위와 선황과의 연결은 군령부에서 이루어진 것은 확실함. 당시 군령부에 소속되었던 인물들은 현재 어떠한 관직에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됨.

균대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담명을 비롯 강중 등의 인물들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할 것임.


“담명.... 담명이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상대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들어본 적이 있는데 생각나지 않는다.

“이십팔세에 남옥대장군 휘하 부부장이라.... 대단했던 인물이군요. 그런 인물이라면 군(軍)에서는 전설적인 존재일 텐데...”


전연부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이십팔세에 대장군 휘하 부부장이라면 만여명의 군사를 움직일 수 있는 위치다. 상대부는 애써 기억을 더듬었다. 그의 기억력은 사실 놀라운 편이다. 일년 전에 받은 명령서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울 정도다.

“홍무 25년..... 그 이전이라면.....”

그런 그가 기억하는데 애를 먹는다는 것은 너무 오래된 탓이다. 홍무 25년이면 벌써 십오륙년 전 일이다. 또한 그 이전이면 더 오래된 시기다. 그러다 문득 그는 생각난 듯 무릎을 쳤다.

“그래.... 맞아.... 그야..... 젊은 무장(武將)..... 금릉성 내에서 함태감께서 나이 어린 그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던 그 젊은 무장... 그가 담명이야.”
“만나 본 사람입니까?”

“딱 한번 보았지...... 이십여년이 넘었을거야. 나이는 나하고 비슷했지. 하지만 당시 지나가는 그에게 함태감께서 먼저 인사를 했어. 호칭도 장군(將軍)이었지.”

부리부리한 눈에 짙은 검미, 각이 진 턱이며 강인한 남성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전형적인 무장(武將).

“그때 그와 인사를 나누고 나서 함태감께서 그러셨지. 향후 개국공신들이 물러나고 나면 대장군이 될 인물 중의 하나라고 말이야. 옛날부터 인물 보는 안목이 높으신 함태감께서 하신 말씀이라 기억나는군.”

깍듯한 예의를 갖추며 인사하던 그 젊은 무장이 인상에 남았다. 출세가도를 달리면서도 거만하지 않고 한점 비굴함도 없었던 인물.

“그 때... 그래 그가 금의위 군령부에 있었던 게야......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지. 그가 금의위에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으니까...”
“하여간 대단한 인물이었던 모양이군요. 그런 인물이 왜 군령부를 그만두고...”
“그렇군.”

상대부는 갑자기 자신의 이마를 쳤다. 무언가 깨달은 모양이다.

“일이 그렇게 된 것이로군. 담명(曇明) 장군.... 그는 또 다른 신분이 있었어.....”

그는 이제야 군령부의 일이 어찌된 것인지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그러자 이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인지 알았다. 그는 뜻 모를 소리를 혼자서 중얼거리다 말고 전연부를 바라보았다.

“군령부에 대한 조사는 이것으로 끝내. 더 이상 파고 들어갈 필요 없어.”
“예...?”

이제 시작인 군령부 조사를 갑작스레 끝내라니 알 수 없는 일이다. 조사가 시작된 일을 중도에 그만두라고 한 적은 거의 없었다. 전연부가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했다.

“더 이상 조사할 사안이 아니야. 그렇게만 알아둬.”

상대부는 뭔가 감을 잡고 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의 조사를 하지 않도록 지시하고 있다. 그것은 상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도대체 상대부가 두려워할 그것이 무엇일까?

“다만 담명 장군과 강중에 대해서 지금 무엇하고 있는지만 은밀히 조사해 봐. 절대 외부에서는 물론 내부에서도 알아서는 안돼.”

의혹이 쌓이고 있다. 전연부와 조궁은 상대부가 저러는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들이 모르는 중대한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궁금했지만 직접 자신이 말하지 않는 한 물어 볼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에 대해서는 조사할 것을 지시해 놓은 터라....”

의문이 쌓여도 대답할 수밖에 없다.

“믿을 만한 수하인가?”
“예. 조만간 조사한 내용을 보고해 올 것입니다.”
“보고 받고는 곧 바로 나에게 가져와. 조사한 수하에게는 입조심 하라고 단단히 일러두고.... 만약 발설하는 날엔 자네까지 다칠 거야.”

이런 정도로 상대부가 말하는 것은 정말 예외적인 것이다. 전연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절대로 발설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전연부의 대답에 상대부는 고개를 끄떡였다. 전연부는 판단이 빠른 인물이다. 자신의 말 뜻을 그는 충분히 알아 들었을 것이다.

“대신에 자네는 백련교도들의 움직임을 파악해. 태조 사후 10여년간 백련교에 대한 조사가 너무 소홀했어.”

지금까지 아무말 않고 있던 조궁이 입을 열었다.

“그간 그냥 지나쳐서 그렇지 백련교도들의 움직임은 십여년 전부터 간간히 파악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균대위에 의해 사라졌다고 믿었기 때문에 더 파고들지 않았다가 최근에 다시 자료를 정리하면서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십여년 전부터...?”
“미륵불을 새긴 목각불이 나타난다던지, 개봉(開封) 인근에서 백련교도들이 집회를 가진 흔적이라던지....꽤 있었지만 백련교도와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기에 지나칠 수 있었던 것이었지요.”

상대부는 머리에 손을 짚었다. 골이 지끈거린다.

“조궁.... 오중회 움직임은?”
“특별히 보이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조용한 편이지요.”

상대부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 현황상인 영락제는 지금 북원(北元)을 비롯 달탄과 운남까지 정벌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변방의 이민족들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것을 차라리 먼저 공격하자는 의미도 되지만 이미 환관인 정화(鄭和) 대장군으로 하여금 남해 대원정을 시킨 영락제는 대제국의 건설을 꿈꾸고 있었다.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대제국의 건설은 이미 쫒겨간 원(元)이 건설했다. 원을 몰아낸 영락제는 그것을 이루고 싶어하는 것이다.

아직도 중원 외곽 지역은 대명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한 곳이 많은 상태지만 영락제는 대제국의 건설을 위하여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오중회와 백련교도까지 걸림돌이 된다면...... 더구나 이들 중 일부와 변방의 이민족들과 결탁이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나라와 황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상대부는 이번 중추절을 지내고 자신이 북경으로 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일에 대해 함태감과 선대부 등 중앙 천관의 인물들과 협의해 봐야 한다. 그는 두 사람을 향해 딱딱한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

“조궁.... 자네는 백련교도들에 대한 내용을 전영반에게 모두 넘겨 주도록... 대신에 오중회 아니 천지회로 바뀌었지. 천지회에 전력을 집중해. 그들의 움직임도 빠뜨리지 말고 파악해봐. 특히 그들 수뇌급들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파악해.”

지시를 받는 조궁과 전연부는 가슴이 답답해 왔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일이 터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그들은 아직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은 나오는 한숨을 목으로 꿀꺽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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