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소장 윤영철 재판관) 전원재판부는 9일 오후 1층 대심판정에서 '호주제' 위헌신청 사건의 최종 공개변론을 통해 증거조사 절차를 마감했다.오마이뉴스 유창재
"호주제가 미풍양속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오해한 것이다. 일제시대 조선호적령이 시행되면서 마치 조선시대의 관습인양 조작됐다. 반드시 장남이 호주가 돼야 하다는 것이 오늘날의 호주제도로 남았다. 오늘날 갈수록 늘어가는 이혼이나 재혼이 늘어가는 것을 봤을 때,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위헌론측 대리인단
"호주제는 도저히 헌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호주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되는 것으로 가계(家系) 계승을 기본으로 하는 호주제를 폐지한다면 전통문화 보존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순전히 부부가 이혼한 경우 양육하지 않는 자녀의 신분등록이 문제가 된 이번 사건은 현행 헌법이 이를 금지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았을 때 신분절차 등록 관련법을 수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합헌론측 대리인단
헌법재판소(소장 윤영철 재판관) 전원재판부는 9일 오후 2시부터 1층 대심판정에서 '호주제' 위헌신청 사건의 최종 공개변론을 통해 증거조사 절차를 마감했다.
더욱이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연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재 그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헌재의 선고결과가 한층 주목받고 있다.
헌재는 지난 2003년 11월 1차 공개변론을 시작으로 이번 공개변론을 포함, 모두 5차례의 참고인 조사 및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헌재는 재판관들의 최종 의견을 묻는 평결 절차를 거쳐 기일을 지정해 선고할 계획이다.
특히 이날 최종 공개변론에는 위헌론측 참고인으로 최재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교수가 나와 생물학자 입장에서 호주제 폐지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최 교수는 평소 강의 때 사용하는 자료를 대심판정 안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9명의 헌재 재판관들에게 보여주면서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40∼50대 한국남성의 높은 사망률 호주제와 무관하지 않다"
최 교수는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의 본성에서 봤을 때 수컷보다 암컷의 기여도가 높아 암컷이 주도권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인간사회의 경우 수렵생활에서 농경생활로 넘어오면서 남성중심이 되다 보니 남성의 기여도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 최 교수는 "수컷의 경우 DNA정보를 난자에게 전해준 뒤 별로 하는 일이 없고 초기 생명 발생의 영양소를 미리 갖고 있기 위해서 난자가 더 크다"며 "유독 한국의 40∼50대 남성 사망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것은 정확하게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호주제에 따른 부담 내지 스트레스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호주제가 폐지되면 호주제로 대변되는 지나친 부계 혈통주의 중압감이 상당히 준다고 생각된다"면서 "남성이 꼭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에서 자유로와지고 서로 협력하는 의미에서 아내와 남편이 함께 꾸려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최후변론에서 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은 "호주제 폐지는 일부 수구세력의 이념이나 이해관계를 깨뜨리는 일이 아니라 양성평등과 사회 민주화를 위한 필수이며 시대적 당위"라며 "호주제는 합법화된 여성차별 제도로써 여성을 소외시키고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 소장은 이어 "호주제 폐지로 새로운 가족제도를 확립시킴으로써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진입하려는 한국이 국제적으로 시대착오적이라는 오명을 벗어나게 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 이념인 남녀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호주제 폐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변론했다.
이번 위헌법률심판 제청사건은 지난 2001년 이후 서울중앙지법 등에서 접수된 총 8건의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 사건들은 협의이혼 후 친권자이자 양육자인 어머니가 그 아들을 자신의 '가(家)'에 입적시키기 위해 관할 호적관청에 입적신고를 했으나, 민법 제781조 제1항에 의해 어머니의 '가(家)'로 아들 호적을 옮기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거부돼 위헌 제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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