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이 버마 출신 노동자들 지켜주길..."

[인터뷰] 지학순정의평화상 받은 인권운동가 모 스웨씨

등록 2004.12.11 12:38수정 2004.12.1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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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스웨 사무총장은 "지난 해엔 매솟지역에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던 버마 이주노동자 6명이 잔인하게 살해된 뒤 경찰이 조사하지 못하도록 불태워지기도 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모 스웨 사무총장은 "지난 해엔 매솟지역에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던 버마 이주노동자 6명이 잔인하게 살해된 뒤 경찰이 조사하지 못하도록 불태워지기도 했다"며 도움을 호소했다.이민우
"사업주들이 폭력배를 고용해 공공연하게 살인과 폭력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이 상이 버마(공식 국호는 미얀마) 출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폭력과 살해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태국 당국과 경찰의 이주노동자 탄압을 권위 있는 인권단체가 주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 노동자들의 보호장치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이사장 김병상)이 수여하는 제8회 지학순정의평화상을 받기 위해 입국한 '영치우 노동자연합'(Yaung Chi Oo Workers Association) 모 스웨(Moe Swe·버마)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10일 오후 지학순정의평화상 시상식을 앞두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 스웨 사무총장을 만났다. 간담회엔 참가한 기자는 본인 외에 외신기자 한 명밖에 없었다.

모 스웨 사무총장은 "지난 해엔 매솟지역에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던 버마 이주노동자 6명이 잔인하게 살해된 뒤 경찰이 조사하지 못하도록 불태워지기도 했다"며 "사업주들의 폭력배 고용을 태국 당국과 경찰이 묵인하고 있어 심각한 인권유린을 막을 길이 없는 상태"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결국 버마인들은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태국으로 왔지만, 태국 기업주들의 착취와 비인간적 대우, 정권의 탄압 방조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사업주들과 태국정부의 탁신 총리가 아주 가까운 사이라 태국 당국과 경찰도 사업주들 편이 돼 있다"며 "심지어 영치우 활동가들 3명이 고용된 폭력배들한테 폭행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자신도 폭력을 피해 숨어 지내야 했다고 털어놨다.

'영치우'는 '신새벽'이란 뜻


- 영치우 노동자연합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달라?
"영치우 노동자연합은 버마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산재나 채불 임금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법률지원을 하기 위해 지난 1999년 태국의 '메솟지역'에 설립된 단체다. '영치우'는 '신새벽'이란 뜻이다. 주요 활동으론 우선 이주노동자 상담과 법률지원은 물론 직업훈련, 식사를 제공한다. 또 버마 이주노동자 자녀들을 위한 학교도 운영하고 있다.

버마군사정권의 탄압 속에서 학생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정글지역에 있기보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활동하자는 생각으로 국경을 넘어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또 작은 병원도 운영하고 있는데, 열악한 노동환경과 생활환경 때문에 생기는 피부병과 간단한 산재 등을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다."


- 영치우는 다른 단체와 연대활동을 어떻게 전개하고 있는가?
"이주노동자 권리에 관심 있는 태국의 15개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고 있다. 또 미얀마 출신 사람들이 만든 정치단체와 여성단체들도 많은 데 이 단체들과도 정보교환 등 연대활동을 한다. 아직까진 국제적 홍보보다는 노동자들의 단결을 강화하는 사업을 중점적으로 벌이는 중이다."

버마군사정권 들어선 뒤 태국 이주 급증

- 태국의 메솟지역은 어떤 곳인가?
"메솟지역은 태국과 버마 국경지역으로 인구는 약 12만 정도 된다. 이중 8만명 정도가 버마 이주노동자들일 정도로 버마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있다. 걸어서도 건널 수 있는 작은 강이 국경이기 때문에 추방되더라도 쉽게 다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 언제부터 버마노동자들의 태국 이주가 시작되었나?
"1985년경부터 버마노동자들의 태국 이주가 시작됐다. 경제가 좋지 않아 일자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그러던 중 1988년 버마군사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1995년까지 이주노동자 수가 급증했다. 이때부터는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군사정권의 정치적 탄압을 피해 이주한 경우가 많았다."

"노예상태나 다름없는 버마 이주노동자의 삶"

- 버마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이나 임금수준은 어떠한가?
"노예상태나 다름없는 삶이라고 보면 된다. 버마 이주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태국에 거주하려면 취업이 돼 있어야 한다. 법적 지위가 고용과 연결돼 있기에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 아무런 저항도 못하는 것이다. 몸이 아프더라도 병가를 낼 수 없다. 또 장기간 채불 임금에 대해 왜 임금을 안 주냐고 따지면 경찰이 출동해 강제출국 시켜 버리는 일도 흔하다.

마스크도 없이 유해환경에서 일하며,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간다. 노동시간은 하루 14시간씩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일한다. 일요일에도 9시간 정도는 일해야 한다. 쉬는 날은 한 달에 한 번 월급을 탄 다음 뿐이데, 그나마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법정 최저임금은 하루 135바트인데, 이주노동자들이 받는 실제 일당은 50-60바트(미화 약 1달러)에 불과하다."

"태국정부와 경찰, 사업주 결탁"

- 태국 정부에서 그러한 행위에 대해 단속하진 않는가?
"버마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사업주와 정부 당국, 경찰이 결탁해 있는 거다. 심지어 사업주가 지역 폭력배들을 고용해 노동자를 죽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난해엔 메솟지역에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던 버마 이주노동자 6명이 잔인하게 살해된 뒤 경찰이 조사하지 못하도록 불태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주들의 폭력배 고용을 태국 당국과 경찰이 묵인하고 있어 심각한 인권유린을 막을 길이 없는 상태다. 더구나 사업주들과 태국정부의 탁신 총리가 아주 가까운 사이라 태국 당국과 경찰도 사업주들 편이 돼 있다. 심지어 영치우 활동가들 3명이 고용된 폭력배들한테 폭행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나도 폭력을 피해 숨어 지내야만 했다."

"태국의 사회적 편견과 버마군사독재가 낳은 비극"

- 한국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편견도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태국에서 버마 이주노동자들을 보는 눈은 어떤가?
"태국사람들은 버마사람들을 전통적으로 안 좋게 보고 있다. '침략자'라는 식으로 보는 거다. 오랜 역사 동안 전쟁이 끊임없이 벌어졌기 때문에 생긴 생각들이다. 그렇기에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고용된 이주노동자의 권리조차도 흔하게 유린된다.

또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유린돼도 사회적으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 속에서 정부 당국과 사업주들이 결탁돼 있는 거다."

-버마 이주노동자의 인권문제가 태국에 전통적으로 내려온 사회적 편견 때문이라는 말인가?
"사회적 편견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지 그게 근본적 문제는 아니다. 버마의 정치경제상황을 악화시킨 버마 군사독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국민을 보호하긴커녕 민주주의를 억누르고 인권을 유린하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다.

또 태국 정부의 책임도 있다. 태국 정부는 등록된 버마 이주노동자들조차 태국노동자들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지 않고 있다. 그 상황에서 버마 이주노동자들은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살해 위협 막는 보호막 되길 바란다"

-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 소감은?
"사업주들이 폭력배를 고용해 공공연하게 살인과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 이 상이 버마 출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폭력과 살해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길 간절히 바란다. 태국 당국과 경찰의 이주노동자 탄압을 권위 있는 인권단체가 주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 노동자들의 보호장치가 될 것이라 믿는다."

'평화' 앞에 '정의'를 붙이다
지학순정의평화상의 의미와 역대 수상자

▲ 출옥 직후 명동성당 제단에서 눈물을 흘리며 기도드리는 지학순 주교(1975. 2. 17)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지학순정의평화상은 한국천주교회 인권운동의 선봉이자, 수난 받는 자의 상징이었던 지학순 주교(1993년 3월 12일 타계)의 삶을 기리고,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제정돼 1997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상을 제정한 지학순정의평화기금은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인간 사회에서 가장 갈구되는 것이 바로 평화"라며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평화는 휴전이 된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억압하의 침묵도 아니다. 평화는 바로 정의가 실현된 상태이다. 정의가 전제 조건으로 되어 있는 평화가 진정한 평화이다. 이러한 뜻에서 우리는 '평화'라 는 말 앞에 '정의'를 붙여서 '정의평화'라고 쓰고 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좀처럼 구현되지 못하고있는 것이 '정의'이다. 오늘의 한국에서 역사적 오류를 청산하고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일, 민주화를 완수하는 일, 민족통일 을 실현하는 일이 모두 정의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그 다음에 비로소 사람다운 삶의 평화가 올 수 있다.

빈부와 인종, 종교와 이념, 민족과 성별에 따라 한 편이 억압하고 한 편이 억압당하는 비극이 세계 곳곳에 널려 있다. 억압자를 인간화시키고 억압받는 자를 해방시킬 때 비로소 전 세계적 평화의 빛이 동터 오른다.… 이제 정의와 평화를 위해 희생적으로 분투하는 이와 단체에 이 상을 줌으로써, 격려와 힘이 되게 하려 한다."


<지학순정의평화상> 역대 수상자(단체)

1회 (1997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2회 (1998년) 외국인노동자진료소 라파엘클리닉
3회 (1999년) 방글라데시 인권운동가 로잘린 코스타 여사
4회 (2000년) 인도네시아 인권운동가 이부 술라미 여사
5회 (2001년) 파키스탄정의평화위원회
6회 (2002년) 불평등한 소파개정 국민행동
7회 (2003년) 홍콩 아시아민중진보센터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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