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만들고 싶은 것 실컷 만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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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을까요? 그렇게까지 해서 대학에 들어가서 무엇을 얻어내려고 했을까요?

이번 수능 부정사건을 보면서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마음 가누기 힘들었습니다. 또 무엇 때문에 아이들은 부정한 방법을 위험을 감수하며 해야만 했는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참으로 어려운 과제 하나 받아든 착잡한 심정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친밀하게 가르침을 주는 부모의 소신있는 교육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가정에도 자녀가 둘이 있습니다. 고등학생인 딸과 초등학생인 아들 이렇게 남매가 있는데 한부모에서 태어난 아이지만 그 특성이나 재능, 성격이 확연하게 다릅니다.

딸아이가 무엇이든지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탐구력이 있는 아이라면 아들은 뭔가를 만들고 그리고 오리고 주무르는 감각적인 놀이를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창의적인 아이입니다.

교육 방법을 달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딸아이는 공부 잘하는 아이다 보니 별 걱정이 없습니다.

그러나 작은 아이는 책을 읽거나 공부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아이가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조급한 마음에 걱정스러워 아이를 자꾸 재촉하다 보니 부모와 아들이 서로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했습니다. 아들을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말고 이 아이의 특성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소신 있게 교육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정을 내린 뒤로는 아이한테 공부하라는 말을 안 합니다. 아이가 언젠가는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 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아들한테 아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기회의 장을 열어주기로 했습니다.

"아들아! 엄마가 고무찰흙 사줄테니 너 만들고 싶은 것 실컷 만들어봐!"

▲ 볼펜크기와 비교한 작품들. 아주 작답니다. ⓒ 이은화

아들은 아주 서너 살 때부터 고무찰흙같은 것을 주무르고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늘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거의 아들의 손안에는 찰흙이 쥐어 있습니다. 그 찰흙으로 아주 조그마한 공룡을 만들기도 하고 동물의 형상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무엇이든지 생각나는 대로 만들어냅니다.

학교 갔다 돌아오면 아이의 가방이나 주머니 속에는 돌멩이나 나무 조각 등 각종 만들기 재료들이 가득하여 금세 집안이 쓰레기장으로 변하지만 아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함으로써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잘한 결정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또 얄팍한 부모의 마음인지라 또래 아이들보다 학습이 늦어질까 두려워 공부는 그래도 해야한다는 말을 하면서 다시 아이를 학원에 보냈습니다. 그렇게 한 일 년을 학원에 보냈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지 늘 학원도 건성으로 다녔습니다. 결국 아이의 소중한 시간만 뺏었다는 생각이 들어 학원도 끊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아들이 원하는 대로 다시 찰흙을 사주는 일을 반복하면서 차츰 제 마음도 소신 있게 변해갔습니다.

아이가 뭔가를 만들어놓으면 그저 여기저기 널려 있는 것들이라 아무렇게나 다루고 버리기도 했는데 아이가 스스로 작품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으면서 얼마나 미안했던지. 그 후부터는 아이가 만든 작품들을 하나하나 모아주게 되고 미술갤러리를 함께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