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지난 10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열린 '인터넷과 사회' 포럼에 주요발표자(Key Note Speaker)로 '한국 네티즌이 저널리즘과 정치를 바꾸고 있다: 민주주의와 테크날로지의 결혼'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고 있다.Todd Thacker
오연호(41) 오마이뉴스 대표는 지난 10일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열린 '인터넷과 사회' 포럼에 주요발표자(Key Note Speaker)로 초청돼 '한국 네티즌이 저널리즘과 정치를 바꾸고 있다: 민주주의와 테크날로지의 결혼'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오 대표는 연설(30분)과 패널과의 토론(1시간)을 통해 "인터넷은 처음 미국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한 것인데 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인터넷 시민참여저널리즘이 가장 먼저 꽃을 피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청중들에게 던지고 "한국 네티즌들의 참여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매우 비싼 대가를 지불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한국현대사 자체가 그 비싼 대가였다"면서 "한국전쟁과 1980년 광주학살은 한국민들에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강요했지만, 한국민들은 끝없는 민주화투쟁을 통해 그것에 저항해왔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특히 1980년대의 대학생들은 감옥에 가거나 안정된 직장에 취직을 못하게 되는 자기희생을 감내하고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 나섰다"면서 "그런 역사적 경험이 참여하는 한국 네티즌을 만들어내고 있는 뿌리깊은 배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그들을 '광주의 자식들'이라고 부르고 "그들은 지금 결혼해서 자녀를 둔 엄마아빠가 되었지만, '우리가 함께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여전히 갖고 있으며 이제 거리 대신 사이버광장에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그들이 사이버광장에서의 토론을 통해 다음 세대인 20대들에게 '한국현대사를 기억하라', '더 활기찬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추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으로 일컬어지는 쌍방향성(interactivity)은 저차적·고차적 쌍방향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고차적 쌍방향성은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동등한 주체가 되는 것"이라면서 "오마이뉴스가 정치개혁에 참여하는 네티즌들의 광장이 된 것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창간 철학으로 그 고차적 쌍방향성을 실천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또 도올 김용옥 교수가 지난달 헌법재판소를 비판한 글을 오마이뉴스에 실었을 때 6천여명의 네티즌이 3천만원의 원고료를 자발적으로 낸 것을 소개하면서 "세계사에서 가장 많은 원고료를 받은 기사라는 기록도 한국의 참여하는 네티즌이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법대의 버크만 센터(Berkman Center for Internet & Society)가 주최한 이 포럼은 세계 각국의 저명한 학자와 언론인 등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하버드 캠퍼스에서 열렸다. 주최측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를 단 2명뿐인 주요발표자로 초청한 이유에 대해 "지구상에서 최초로 인터넷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나라가 한국이고 오마이뉴스의 실험이 매우 독창적이기 때문"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청중들은 오 대표의 연설에 긴 박수를 보냈다. 오 대표가 연설을 마치자 뜨거운 박수가 1분여동안이나 계속 이어졌고, 이 때문에 연설 후 인사를 하고 착석을 한 오 대표는 두차례 더 일어나 청중들의 환호에 답례를 해야 했다.
한편 오 대표의 연설 후에 이어진 토론에서 전 CNN 기자이자 버크만 센터의 연구원인 레베카 멕키논씨는 "오마이뉴스 모델은 인터넷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저개발국가나 민주주의가 완숙단계인 선진국보다는 인터넷 보급이 일정하게 이뤄지고 있고 민주주의 발전이 왕성하게 막 일어나고 있는 국가에서 가장 먼저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중들은 오마이뉴스가 시민기자의 기사를 어떻게 검증하는지, 기존 언론이 오마이뉴스의 실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남북간의 인터넷 격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질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