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민주화운동관련자를 우롱 말라"

[현장] 계승연대, 민주화운동명예회복법 시행령 개정 강력 촉구

등록 2004.12.16 08:03수정 2004.12.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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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법개정 9개월이 지나도록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는 건 명백한 징무유기라고 성토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법개정 9개월이 지나도록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는 건 명백한 징무유기라고 성토했다.이민우
"수구냉전세력들은 과거 잘못을 뉘우치긴커녕 오히려 국회의원이 간첩으로 암약한다는 허위 날조를 일삼고 있습니다. 이런 세력이 아직도 요직을 차지하고 있기에 시행령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더 이상 민주화운동관련자를 우롱하지 말고 즉각 시행령 개정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지난 3월 국회에서 '민주화운동명예회복및보상에관한법률(아래 민주화운동명예회복법)이 개정된 뒤 9개월이 지나도록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9개월째 시행령 개정 안한 건 명백한 직무유기"

15일 오전 민주화운동계승연대(아래 계승연대) 소속 회원 30여명은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해찬 국무총리는 시행령 개정 지연에 따른 직무유기를 사과하고, 민주화운동명예회복법 시행령을 즉각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계승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지난 3월 2일 민주화운동명예회복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9개월이 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는다"며 이는 "명백하고 중대한 직유유기이자, 민주화운동관련자를 우롱하는 처사"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계승연대는 또한 시행령 개정과 관련 "사사건건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법무부와 중앙인사위, 기획예산처 관료들의 행태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일부 관료의 민주화운동 폄훼와 직무유기 사태에 대해 즉각 문책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계승연대는 ▲사망자와 상이자에 대한 합리적 보상금 조정 ▲30일 이상 구금과 등급외 상이자에 대한 보상 성격의 생활지원금 지급 ▲민주화운동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 해소 등의 명예회복 조치가 반드시 시행령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위해 돌아가신 분들을 제대로 대우하라"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권오헌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우리가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는 건 특정계층의 이익을 대변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국가권력에 의해 상해를 당하고,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요구하는 건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계승연대 강민조 상임대표
계승연대 강민조 상임대표이민우
이어 투쟁사를 맡은 계승연대 강민조 상임대표는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앞장서서 싸우다 죽어간 사람들이 지금 명예회복 등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성토했다.

"반면 뒤에 있던 사람들은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명예회복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건 무슨 경우입니까. 고난과 핍박을 감수하고 조국을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과 상해를 입은 분들을 정부에서 제대로 대우해야 합니다."

강민조 상임대표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가 진정 민주주의를 하겠다면 사망자와 상이자에 대한 대우를 해 달라"고 거듭 요구한 뒤, "그것만이 이 땅에 인권과 민주주의, 통일을 앞당기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계승연대 회원들은 곧 중구 무교동에 있는 중앙인사위(위원장 조창현)로 이동해 1층 통로를 점거한 채 "시행령 개정 가로막는 중앙인사위를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행령 담당 국장의 사과와 위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중앙인사위 1층 통로에 앉아 시행령 담당 국장의 사과와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인사위 1층 통로에 앉아 시행령 담당 국장의 사과와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이민우
"민주화운동 이해 못한 채 혜택주는 듯 착각 말라"

민주화운동관련자의 복직 문제와 관련 전교조 이병주 대외협력국장은 "중앙인사위가 부당한 해고자 복직권고 조항을 시행령에 담는 걸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며 이는 "민주화운동에 대해 이해도 하지 못하면서 마치 어떤 혜택을 주는 듯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계승연대 박희영 사무처장도 "해직행위 자체가 불법이므로 원직복직과 그 동안의 불이익에 대한 해소의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인사위 1층의 성탄절 장식물 옆에 구호판을 들고 서 있는 계승연대 회원.
중앙인사위 1층의 성탄절 장식물 옆에 구호판을 들고 서 있는 계승연대 회원.이민우
중앙인사위가 해직자에 대한 복직권고 조항은 물론이고, 해직자에 대한 임금보전을 보수지급 원칙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건 원직복직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1시간여 동안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던 계승연대 회원들은 오후 1시 15분께, 중앙인사위 정책총괄과 김승호 과장이 내려와 의원장과 계승연대 대표단의 면담을 약속한 뒤 자진 해산했다.

한편 계승연대는 민주화운동명예회복법 시행령의 조속한 개정을 위해 지난 10월과 11월에 각각 14일, 11일간 철야농성을 진행하였으며, 그 후에도 꾸준히 집회나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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