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김용갑 의원.오마이뉴스 이종호
당 국가보안법개정안 준비특위(위원장 이규택)에서 이날 의총에 제출한 개정초안은 국가발전전략연구회-새정치수요모임의 절충안과 자유포럼안으로 압축됐다. 전자가 법안명을 국가안전보장법으로 고치고 정부참칭 표현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향적' 개정안이라면, 후자는 법안명칭과 정부참칭 조항에 손도 댈 수 없다는 소폭 개정안.
8시께 속개된 의원총회에서 자유포럼 소속의 안택수 의원의 반대토론이 있었으나 소장파 의원들이 나서 브레이크를 걸었고, 홍준표 의원이 '비밀투표로 당론을 결정하자'고 표결을 제의하면서 확실히 자유포럼쪽이 기우는 분위기였다.
이튿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용갑 의원은 "우리가 밀리더라, 안택수 의원이 나간 뒤에 그 뒤에 원희룡·이성권·홍준표 의원이 나와서 전향적 개정안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데 안되겠다 싶었다"며 "그래서 내가 신상발언을 신청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김 의원은 "아마 내가 그렇게 뛰쳐나오지 않았으면 표결로 당론을 결정해 버렸을 거다"라며 "그런데 내가 나가버리니까 표결로 밀어부쳤다가는 당이 분열되고 큰일 나겠다 싶어 분위기가 확 바뀐 것 아니겠나"라고 자평했다.
사실 40:47이라는 근소한 차이의 표결결과는 박근혜 대표에게 보수강경파를 설득하라는 의원들의 암묵적인 메시지이기도 했다.
김 의원도 한나라당의 변화를 실감하는 듯했다. 김 의원은 "DJ 정부도 그렇게 국보법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막았다, 그런데 지금은 한나라당 내부가 바뀌었다"라며 한탄스러워했다. 김 의원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법사위장에서도 하룻밤 자고, 젊은 의원들은 텔레비전 찍히는 거 무서워하는데 내가 앞장섰더니 초선 의원들도 나서더라"고 말했다.
국보법 사수를 향한 초지일관
김 의원의 이 같은 국보법 사수를 위한 강경노선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근혜 대표가 지난 9월 현 개정초안과 같은 골자의 국보법 개정의사를 밝혔을 때 김 의원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며 본회의장에서 손수 제작한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 반대' 종이피켓을 들어 깜짝 1인 시위를 벌여 박 대표를 압박한 바 있다.
또한 그 다음 주에도 역시 5분 발언권을 얻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는 대통령과 여당은 정신을 차리고…"라고 말한 뒤 뒷말을 채 잇지 못하고 동료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쓰러져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의원직 사퇴로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월 박근혜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열린우리당의 안대로 국가보안법이 폐지된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전한 뒤 보좌진을 통해 대표 비서실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국보법 폐지 반대 행보였다.
하지만 '철통'같던 김 의원의 생각에도 조금의 지각변동은 있어 보인다. 자유포럼의 김기춘·안택수·이방호 의원이 '지도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표시한 것에 대해 동조하냐고 묻자, 김 의원은 "좀더 생각해 보겠다"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정 내용과 상관없이 박 대표의 결정을 따르겠냐는 질문을 재차 던졌지만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침묵했다.
국보법에 관한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뭔가라는 질문에도 김 의원은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박 대표와 얘기가 오가고 있다, 아마 잘 결정해 줄 것이다"라고 말해, 기대를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또한 김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장에서 "여당이 폐지를 철회하고 개정에 합의하기 전에는 당론을 내지 마라"고 주문한 것에 대해 "박 대표가 '약속한다'고 말했다"며 이 점에 대해서도 크게 안심하는 눈치였다. 반면 같은 질문에 대해 김덕룡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변했다"며 "소신 없는 사람"이라고 질타했다.
박근혜 대표의 국보법 전향적 선회에 급브레이크를 걸어온 한나라당의 김용갑 의원. 박 대표와 김 의원 사이에 어떤 해법이 찾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