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여행길 '메첼'에 들르세요

[여행지에서 쓰는 엽서 29] 강원 정선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

등록 2004.12.17 18:21수정 2004.12.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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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된장 항아리들이 아름답게 늘어선 메주와 첼리스트입니다.

된장 항아리들이 아름답게 늘어선 메주와 첼리스트입니다. ⓒ 구동관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 아시나요? 줄여서 ‘메첼’이라고도 부르는데, 서울대 음대를 나오고 독일로 유학까지 다녀온 첼리스트 도완녀 사장이 된장을 만드는 곳이랍니다.

된장 만드는 집의 이름치고는 정말 멋진 그곳을 지난 19일에 다녀왔습니다. 대관령 휴양림에서 하루를 묵고 강원 정선에 있는 그곳을 찾았습니다. 날이 참 화창했던 그날 ‘메첼’의 항아리들이 반짝거리는 모습으로 저를 반겼습니다.


a '메첼'의 도완녀 사장 가족들이 나무 조각으로 되어 있네요.

'메첼'의 도완녀 사장 가족들이 나무 조각으로 되어 있네요. ⓒ 구동관

‘메첼’에서 우선 쭉 늘어선 된장 항아리들을 만나보았습니다. 3200개쯤 된다는 그 항아리 안에서 된장이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된장 냄새가 썩 좋은 것도 아니네…, 이런 곳보다는 동굴이 훨씬 좋았을 거야.”

저는 구수한 냄새라고 생각했지만, ‘메첼’보다는 동굴을 보러 가자고 투정을 부렸던 초등학교 3학년 다솜이는 항아리들을 만나면서도 그런 투정을 했습니다. 사실 다솜이도 된장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냄새를 싫어하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a 된장과 간장이 가득 담겨 있을 장독입니다.

된장과 간장이 가득 담겨 있을 장독입니다. ⓒ 구동관

항아리들을 둘러본 뒤 사무실로 갔습니다. 된장을 판매하기도 하고, 그곳의 대표인 도 사장께서 찾아온 손님들께 첼로 한 자락을 들려주기도 하는 곳이었습니다. 도 사장께서는 잠시 부재 중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도 사장의 된장 만드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방문이 두 번째였습니다. 전에 그곳을 들러 도 사장의 된장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고, 첼로 연주도 들었습니다. 그때 참 좋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느낌을 아이들에게도 갖게 해주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a 이곳이 제품 포장이 이루어 지는 곳이군요.

이곳이 제품 포장이 이루어 지는 곳이군요. ⓒ 구동관

첼로 연주는 듣지 못했지만, 대신 피아노 연주를 들었습니다. 피아노는 다솜이의 연주였습니다. 한가한 사무실에 피아노가 있었고, 쳐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 다솜이가 연주를 했습니다. 제법 매끄러운 다솜이의 연주를 들으며 밖을 보았습니다.

‘메첼’의 항아리들이 따스한 햇볕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 항아리 안에서 된장이 맛있게 익어 갈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무실에서 나올 때 그곳에 계신 분이 잣나무 숲을 걸어 보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a 사무실에서 바라본 '메첼'의 장독들 입니다.

사무실에서 바라본 '메첼'의 장독들 입니다. ⓒ 구동관

잣나무 숲으로 갔습니다. 밖에서 보면 푸른 숲이지만, 나무 아래쪽에는 잣나무 가지들이 곱게 쌓여 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이야기한대로 맨발로 걸어볼 생각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맨발로 걷자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썩 내키지 않는 듯 하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우선은 혼자 맨발이 되었습니다.

맨발로 밟는 느낌이 그리 차지 않았습니다. 보기에는 날카로워 보이는 잣나무의 잎들도 따갑지 않았습니다. 잣나무 가지로 쌓여 있는 길은 포근함마저 느끼게 하였습니다.

a 잣나무 숲으로 갔습니다.

잣나무 숲으로 갔습니다. ⓒ 구동관

맨발로 그 숲을 걸으며 발이 행복해 했습니다. 제 마음까지 행복했습니다. 마음껏 흙의 기운을, 잣나무의 포근한 기운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아이들이 제 얼굴을 힐끔힐끔 보았습니다.

행복해 하는 아빠의 마음을 눈치 채었는지 아이들도 저를 따라 맨발이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차갑지 않네…. 느낌도 그런대로 괜찮아….” 아이들도 행복해 했습니다. 숲은 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빽빽이 심어진 잣나무로 울창했습니다. 한참동안 그 길을 걸었습니다.

a 잣나무의 푸른 잎이 하늘을 덮고 있었습니다.

잣나무의 푸른 잎이 하늘을 덮고 있었습니다. ⓒ 구동관

잣나무 숲을 맨발로 걸어 땅의 기운을 마음 가득 채운 후, ‘메첼’을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 다닌 여행에서 여행 자체로 즐기는 것 외에는 어떤 목적도 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왔었는데, 이번 ‘메주와 첼리스트 된장’에서는 제가 아이들에게 어떤 욕심을 바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욕심입니다. 세상을 이끌고 있는 사람,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을 배우면 좋겠다는 그런 욕심입니다.

a 맨발로 잣나무 숲길을 걸었습니다.

맨발로 잣나무 숲길을 걸었습니다. ⓒ 구동관

‘메첼’의 도완녀 사장도 그런 분 중 한 분입니다. 된장을 소중한 먹을거리로 인식하고, 모든 정성을 담아 만드는 분입니다. 장을 담그는 물조차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가장 깨끗한 물만을 고집하니, 다른 재료는 더할 나위 없지요.

물론 이번 여행에서 메주와 도완녀 사장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 분께서 가꾸고 있는 ‘메첼’의 터전을 본 것만으로도 제 마음에는 무엇인가 남는 게 있습니다. 그 마음을 아이들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되신다면, 정선 여행길에 잠시 짬을 내어 ‘메첼’에 들러보면 어떨까요?

a 잣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잣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 구동관

a 멋진 잣나무 숲을 한번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멋진 잣나무 숲을 한번 더 보여드리겠습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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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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