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17일자 1면 사진이민우
정부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했다는 소식에 각계 단체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아래 언론노조, 위원장 신학림)은 17일 성명을 통해 "악랄한 조세포탈범을 주미대사에 내정한 것을 개탄한다"고 성토했다.
언론노조는 성명에서 "우리 나라가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사를 임명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유"라고 지적한 뒤, 그러나 "자신과 가족의 사익을 위해 조세를 포탈한 사람이 국익을 지키는 최첨병이라 할 수 있는 주미 대사에 내정된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다음과 같이 꼬집었다.
"조세포탈범의 경우 어떤 공직에도 앉을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의 자격조차 인정하지 않는 나라, 미국에서 청와대가 기대하는 역할을 홍석현 내정자가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고 봤다면 정부가 미국을 너무 모르는 것이 아닐까."
언론노조는 또 "홍석현의 완벽한 통제하에 있는 <중앙일보>가 정부 관계자의 입을 빌어 홍석현 회장이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보도하는 데는 아연 실색할 따름"이라며, "악랄한 조세 포탈범을 주미대사로 내정하는 것도 모자라 유엔 사무총장 후보 운운하는 것은 세계적인 우스개 감이자 국가적인 수치"라고 성토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홍석현은 삼성그룹의 천문학적인 지원을 배경으로 온갖 불법, 탈법적인 방법으로 경품과 무가지를 뿌려대며 우리 나라 신문시장과 언론계 전체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본인"이라며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신문 시장을 정상화하고 언론개혁을 위해 추운 길바닥에서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 많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비수를 꽂은 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아래 민언련)도 17일 논평을 통해 홍 회장이 '탈세 전력'이 있고, 신문시장 파행을 주도해온 <중앙일보> 회장이란 점을 들어 청와대의 주미대사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 1999년 홍 회장이 이른바 '보광그룹 세무조사' 과정에서 교묘하고도 광범위한 탈세 행각이 드러나 언론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실추시켰고, 불법 경품과 무가지 제공 등 불법 탈법 행위로 신문시장 파행을 주도해온 <중앙일보> 사를 경영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민언련은 또 홍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이 "홍씨가 이건희 회장의 처남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와 삼성의 '부적절한 관계'가 더욱 심화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민언련은 홍 회장이 주미 대사직을 수락한 것과 관련해 "자신의 과거 잘못된 행적에 대해 납득할만한 반성과 해명조차 하지 않은 채 어물쩍 공직을 맡아 정계진출의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면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우선 탈세와 <중앙일보>의 신문시장 교란 행위 등에 대해 진솔하게 반성하고 국민적 용서를 구하는 절차를 밟으라"고 요구했다.
이날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어 "고위 공직자이면서 외국에서 한 국가를 대표하여 외교업무를 처리할 주미대사에 홍 회장처럼 탈세의 전과가 있는 인물이 임명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또 "홍 회장의 주미대사 임명은, 재임 당시 무리한 불법 판촉경쟁을 야기하여 언론독과점구도를 만들었던 거대언론재벌 회장의 기용"임을 지적하며, "정치적 고려에 의한 권언유착의 우려가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외교통상부 이규형 대변인은 이날 오전 11시 브리핑을 통해 "홍석현 회장을 내정,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제2기 부시행정부와 포괄적이고 역동적 한미동맹관계를 보다 굳건하게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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