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은 잊지 않는다 "사건 해결될 때까지 촛불 들 것"

광화문서 밀양성폭력사건 규탄 2차 촛불집회... 100여명 모여

등록 2004.12.18 22:38수정 2004.12.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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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성폭력사건 규탄 2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성폭력은 영혼의 살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밀양성폭력사건 규탄 2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성폭력은 영혼의 살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오마이뉴스 김덕련

"밀양성폭력사건 철저 수사하라!"
"피해자 권리 확보하라!"
"컨닝하면 구속이고 강간하면 훈방이냐!"


18일 저녁 7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밀양성폭력사건 규탄 2차 촛불집회'에 모인 100여명의 네티즌들은 한 목소리로 피해자 인권 보호 및 가해자 처벌 강화, 경찰 수사방식 개혁을 외쳤다.

네이버·다음·마이클럽 등 관련 카페에 모인 네티즌들의 자체 토론을 거쳐 결정된 이날 집회에는 10대 여중생부터 백발이 성성한 중년까지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했다.

흰 종이에 정성껏 적은 구호를 들고 나온 참가자들은 즉석에서 사회를 정하고 집회를 시작하는 등 시종일관 자발적이고도 자유로운 형태로 집회를 진행했다.

"뭡니까 이게, 수사방식 나빠요!"

집회 참가자들은 특히 경찰 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이 또다시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산에서 왔다는 배명신(42)씨는 "경찰이 어떻게 피해여성들에게 '고향의 물을 흐렸다'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후 "이건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해서 죽이는 아랍권의 '명예살인'과 같은 것"이라며 피해자를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를 성토했다.

분당에서 딸과 함께 집회장을 찾은 최씨 부부도 "피해여성들이 수사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해 경찰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며 비판하고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후배들과 함께 왔다는 대학생 왕지훈(22)씨는 "곧 성년이 될텐데 지금 미성년자라고 해서 처벌을 약하게 하는 건 맞지 않다"며 가해자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왕씨는 "나중에 결혼하면 꼭 딸을 낳고 싶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딸 낳아 키우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며 성폭력 없는 사회가 빨리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본 문제인 남성 우월주의 바꿔야"

중학교 2학년인 박지선(15)양도 "가해자가 성년이건 미성년이건 중죄를 지은 건 마찬가지"라며 처벌 강화 주장에 공감했다. 이어 박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촛불집회에 나왔다"며 "오늘을 계기로 이 사건 관련 카페에 가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문제가 단순히 경찰의 일시적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촛불사랑'이라는 ID로 자신을 소개한 50대 남성은 "근본적인 문제는 호주제와 함께 지속된 남성우월주의"라며 "이걸 바꾸지 못하면 성폭력 피해자들이 오히려 죄인 취급되는 잘못된 풍토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집회는 저녁 8시에 끝났지만, 이들의 행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즉석 사회를 맡았던 조두현(21)씨는 "다음 집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정부가 이 사건을 철저히 수사할 때까지 계속 모일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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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11일 보도] 네티즌들 '밀양성폭행' 항의 촛불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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